국제 국제일반

노벨평화상 나비 필레이 "박수 더 치면 트럼프와 상 나눌지도" 뼈 있는 농담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9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원칙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변호사 나비 필레이가 도착하고 있다. 인권 옹호자이자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인 필레이는 '평화와 국제법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원칙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변호사 나비 필레이가 도착하고 있다. 인권 옹호자이자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인 필레이는 '평화와 국제법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85)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9일(현지시간) BBC와 CBS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필레이 재판관은 이날 국제법 토론회인 독일 뉘른베르크 포럼에 참석하던 중 동료들로부터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AI) 사무총장이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축하 인파에 둘러싸인 필레이 재판관은 "처음 소식을 듣고 농담인 줄 알았다"며 미소와 함께 입을 뗐다.

그는 환호하는 청중들을 향해 "여러분이 박수를 조금만 더 쳐주신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이 상을 나눠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는 평소 자신이 세계 각지의 분쟁을 해결했다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거듭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수상 열망을 꼬집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초 마두로 정권 축출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메달을 건넸던 상황과 맞물려 더욱 뼈 있는 농담이 됐다.

필레이 재판관은 "대중이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상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여러분의 갈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인권을 지지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소식을 듣게 돼 매우 뜻깊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COI) 위원장으로서 가자지구 사태를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한 보고서를 제출했던 그는 자신의 소신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해당 보고서에 대한 주된 반응은 내 용기에 대한 헌사였는데, 진실을 말하는 데 왜 용기가 필요한지 놀라웠다"며 "법률을 해석하고 모든 사실을 검토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85세 생일을 맞은 필레이 재판관은 현재 감비아가 미얀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ICJ 임시 재판관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언제 멈출 거냐는 질문을 받지만 (이 행사장에서 만나는 것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필레이 재판관이 과거 남아공 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을 변호했고,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에 책임을 묻는 국제 사법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시상 이유를 밝혔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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