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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CC 돈줄 차단에 日·유럽 "제재 철회하라"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판사 개인서 재판소 전체로 확대
금융거래 끊기면 운영 중단 우려
EU, 역외 제재 차단 규정 검토

네덜란드 헤이그 ICC 본부.출처=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ICC 본부.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 정부가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에 대해 "일본의 입장과 양립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등 21개국으로 구성된 ICC 당사국총회 의장단도 제재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미·일 외교장관 통화에서 자국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NHK 프로그램에서 미국의 ICC 제재를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의 법치를 일관되게 중시하며 ICC 등 국제재판소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전날 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약 15분간 통화해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루비오는 미국 주권을 위협하는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제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테기는 이에 앞서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과도 통화해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ICC 당사국총회 의장단은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재판소와 직원들의 독립적인 사법 기능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국에는 아카네 소장 등 개인에 대한 기존 제재까지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 등 8개국 외교장관도 앞서 공동성명으로 제재에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판사 개인에 이어 ICC 조직 전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업무 유지에 필요한 일부 거래에는 180일의 유예기간을 뒀다. ICC 비회원국인 미국은 재판소가 미국인을 기소할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CC가 2024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대한 반발도 배경에 있다.

유럽은 이번 제재가 ICC 운영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달러 결제망 이용이 막히면 해외 사무소 송금과 전쟁범죄 피해자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를 우려한 유럽 은행까지 거래를 끊으면 직원 급여와 공공요금 지급도 어려워진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기업에 ICC와의 거래 유지를 요청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기업들이 외국 제재에 따르는 것을 금지하는 '차단 규정' 적용이 대응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오는 15~16일 EU 정상회의에서 관련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ICC도 정보시스템을 유럽산으로 바꾸고 거래업체를 EU 안에서만 사업하는 기업으로 전환해왔다.

다만 법적 보호만으로 거래 중단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2018년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을 당시에도 EU가 차단 규정을 적용했지만 많은 유럽 기업은 미국 사업을 우선해 이란과의 거래를 끊었다. 이번에도 금융기관과 기업이 미국과의 거래에 불이익을 받을 위험을 감수할지가 대응책의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편 ICC는 전쟁범죄와 집단살해 등을 저지른 개인을 기소하는 상설 국제형사법정으로 125개국·지역이 가입해 있다. 일본은 최대 분담금 납부국으로 지난해 전체의 약 14.6%를 부담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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