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명 기업도 토픽스 제외 위기…기업가치 개선 압박
160조엔 추종 자금 이동 예고
최상위 프라임 상장사도 제외 후보
2028년부터 매년 종목 교체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의 편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 개선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상위 시장에 상장한 유명 기업도 주식 거래가 적거나 유동주식 시가총액이 기준에 못 미치면 지수에서 제외된다. 약 160조엔(약 1354조원)에 달하는 지수 추종 자금의 투자 대상이 바뀌는 만큼 기업들도 성장전략과 투자자 소통을 재점검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금융기관용 채권관리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아이티포는 이번 개편에서 잔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도쿄증권거래소 최상위 상장시장인 프라임시장에 속한 이 회사는 배당성향 50% 이상을 제시하며 주주환원을 강화해 왔다. 앞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투자자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방침이다.
토픽스는 닛케이225와 함께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다. 구성 종목의 주가를 종합해 시장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코스피지수와 비슷하다. 이를 추종하는 투자신탁과 연기금 등은 지수 구성에 맞춰 주식을 보유한다. 특정 종목의 지수 비중이 줄거나 제외되면 보유량도 줄여야 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개편 배경에는 거래가 적은 종목까지 포함한 기존 지수의 운용 부담이 있다. 토픽스는 옛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사를 자동으로 편입했고 정기적인 종목 교체도 없었다. 창업자 일가나 관계사의 보유 지분이 많아 시장 거래가 줄어든 기업도 지수에 남을 수 있었다.
운용사들은 이런 종목까지 지수 비중에 맞춰 매매해야 했다. 거래 물량이 부족하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노무라자산운용의 다카하시 사토루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현행 지수에는 시장에서 매매하는 데 몇 주씩 걸리는 유동성이 낮은 종목도 있다"고 말했다.
새 기준은 거래대금 회전율과 유동주식 시가총액을 중심으로 한다. 각각 거래의 활발도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의 가치를 뜻한다. 창업자나 관계사 등의 장기 보유 지분은 유동주식에서 제외돼 전체 시가총액이 크더라도 실제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적으면 불리하다.
기존 종목은 일정 수준의 거래대금 회전율을 충족한 뒤 유동주식 시가총액을 큰 순서대로 누적했을 때 전체의 97%에 해당하는 범위 안에 들어야 잔류할 수 있다.
일본거래소그룹(JPX)이 전날 발표한 기준 충족 기업은 986개사로 지난달 말 구성 종목 1636개보다 약 40% 적다. 기존 종목 중 683개사가 기준에 미달했다. 식품·외식·백화점·철도·방송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
프라임시장은 주식 유동성과 기업지배구조 등에 가장 엄격한 상장 요건을 적용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상장 요건과 지수 편입 기준이 달라 프라임 상장사도 토픽스 잔류를 보장받지는 못한다. 지수에서 제외되더라도 상장과 주식 거래는 유지된다.
반면 중견기업 중심의 스탠더드시장과 신흥기업 중심의 그로스시장에서는 편입 기회가 확대됐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 워크맨, 세리아, 타이미, 택시 호출 앱 GO 등 35개사가 새로 들어온다.
신규 편입되는 세이코기켄은 영문 자료 동시 공시 등 투자자 대상 홍보(IR)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광커넥터 연마기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주가가 2022년 4월 시장 재편 전의 20배 수준으로 올랐다. 토픽스 편입으로 국내외 투자자와의 접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준 미달 종목은 이달 말부터 지수 반영 비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내년 10월 재평가에서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8년 7월까지 제외된다. 재평가를 통과하면 반영 비율 50% 상태로 유지된다.
2028년 10월부터는 매년 종목을 교체한다. 잔류 기업도 계속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제외된 기업은 평가를 높이면 재편입될 수 있다. 운용업계는 이러한 정기 심사가 기업들의 경영 개선과 정보 공개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