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불안했나… 5대銀 요구불예금 20兆 썰물
저원가성 예금 감소 지속 땐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 우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이 이달 들어 20조원 넘게 줄었다. 정기예금까지 합치면 감소액은 약 23조원에 이른다. 은행권에서는 분기 말 유입됐던 기업자금이 분기 초 빠져나가는 흐름과 급여·결제자금의 이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 저원가성 예금 감소가 지속된다면 은행의 조달비용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요구불예금 합산 잔액은 655조3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675조5249억원보다 20조1329억원 감소했다. 9월 한 달간 늘어난 10조7949억원보다 더 큰 금액이 이달 초 빠져나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입출금할 수 있는 예금이다. 기업의 운영·결제자금과 개인의 생활자금, 투자 대기자금 등이 함께 담겨 있어 자금 집행 시기에 따라 잔액이 달라진다.
정기예금도 같은 기간 감소했다. 지난 7일 합산 잔액은 1003조3581억원으로 9월 말 1006조871억원보다 2조7290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의 합산 감소액은 22조8620억원이다. 예금 감소 배경으로는 우선 기업의 일상적인 자금 집행이 거론된다. 급여 지급이나 거래대금 결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들어왔던 자금이 집행되면서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분기별 결산을 앞두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면서 분기 말에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커지고, 다음 분기가 시작되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잔액 흐름에서도 이런 패턴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권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고객들의 불안감을 키워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거래 은행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의 감소가 지속될지 여부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의 대표적인 저원가성 조달원인데 감소가 이어져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자금으로 대체될 경우 조달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상승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2.20%로 전월 말보다 0.05%p 올랐다. 기존 수신잔액에 적용되는 평균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저원가성 예금까지 줄어들면 조달비용을 낮출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저원가성 예금 감소가 이어지면 은행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부족한 자금을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등으로 더 높은 금리에 확보해야 한다면 조달비용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