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기술·일자리·공급망까지 흔드는 '승계 공백'… "종합지원 체계 마련을" [中企 승계 판이 바뀐다 (하)]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승계 막히면 국내산업 전반 위태
日처럼 국가 보전 과제로 접근을
"M&A 수요 발굴··매칭·금융까지
패키지 연결된 승계 지원책 필요"

기술·일자리·공급망까지 흔드는 '승계 공백'… "종합지원 체계 마련을" [中企 승계 판이 바뀐다 (하)]

중소기업의 승계공백이 개별 기업의 폐업을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중소기업 승계를 국가 산업을 보전하는 과제로 보고 매칭 플랫폼과 금융 지원, 전문가 네트워크를 결합한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국내도 핵심 기술과 일자리를 지키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관점에서 승계 인수합병(M&A)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11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보다 먼저 후계자 부재 문제를 겪은 일본은 '중소기업 승계'를 단순히 개별기업 생존을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자산이전이 아니라 기술전수, 경영노하우 보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도쿄 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은 중소기업 경영자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휴업 및 폐업 기업이 2007년 2만1122개사에서 2016년 2만9583개사로 증가했다. 휴업 및 폐업 기업의 대표자는 82.4%가 6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오너 은퇴에 따른 연쇄 폐업으로 2025년까지 약 65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22조엔(약 186조74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역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이 잇따라 문을 닫을 경우 산업 생태계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십년간 쌓인 핵심 기술과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급망이 단절돼 대기업 같은 거래 업체의 경영차질 등 전방위적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도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흔들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5년 도시형 소공인(뿌리산업 경영자) 실태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뿌리산업 경영자의 62%가 50·60대로 은퇴를 바라보고 있지만 10곳 중 4곳은 핵심기술을 물려줄 후계자가 없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등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공정기술 산업이다. 승계가 단절될 경우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승계 전 과정 아우르는 지원 필요

일본은 중소기업 승계를 '기업의 정신과 기술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승계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2008년 경영승계원활화법 등을 만들어 M&A를 적극 장려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는 M&A 기반 사업승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M&A 중개기관 등록제도도 재정비했다.

이에 2014년 260건에 불과했던 민간 M&A는 2023년 기준 4681건으로 약 18배 늘어났다. M&A가 활발해지면서 중소기업 경영자 연령도 2015년에 비해 평균 4~5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과 인수 희망자를 연결하는 '사업승계 지원센터'도 전국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센터에서는 승계 초기 상담부터 매칭, 금융 연계, 사후 경영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 조세특별조치법을 통해 기업승계에 따른 설비투자 세액공제, 부동산 취득세 경감 등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공공금융기관인 독일재건은행(KfW) 주도로 온라인 승계거래소를 구축했다. 공공이 플랫폼과 금융을 지원하면 지역 상공회의소와 민간 은행이 실질적인 매칭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매물만 올라와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가치평가와 세무자문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공공의 인프라·금융 지원과 민간의 전문성을 결합해 기업승계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거래 성사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기업 간 매칭 플랫폼과 금융 지원, 전문가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중소기업 승계 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종합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태환 기술보증기금 M&A지원센터장은 "세제가 정비되어도 기업 간 매칭이 안 되면 거래가 시작되지 않고, 매칭이 되어도 자금이 없으면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며 "M&A 수요 발굴부터 자문·매칭·기술보호·금융지원이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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