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왕 욕심에 내던진 장비… 최원준, '204안타' 대기록 스스로 깎아내린 아쉬운 하루
대기록 앞둔 조급함? 볼넷 직후 볼보이 향해 날아간 장비
'캡틴' 장성우의 기민한 수습... 강민호와 대화로 분위기 진화
진정성있는 사과로 마무리됐지만… 야구팬이 원하는 건 숫자를 넘어선 '품격'
[파이낸셜뉴스] 기록을 향한 맹렬한 집념은 프로 선수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집념이 선을 넘는 순간, 한 시즌 내내 흘린 땀방울마저 한순간에 빛을 잃고 만다.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 3회초 KT의 공격 상황에서 야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KT의 리드오프 최원준이 상대 선발 후라도의 공을 골라내 볼넷으로 1루를 밟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투수와의 끈질긴 승부 끝에 출루를 얻어냈지만, 최원준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1루로 향하던 그는 갑작스럽게 타격 장비를 거칠게 벗어 그라운드에 내동댕이쳤다. 하필 그가 벗어던진 장비는 그를 돕기 위해 다가오던 볼보이들을 향해 날아갔다. 괜히 볼보이에게 분풀이를 하는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1루에 도착한 뒤에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최원준을 향해 삼성 1루수 류지혁이 다가와 다독였으나, 굳은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원인은 명확하다. 피 말리는 '타이틀 경쟁'이 빚어낸 조급함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원준은 204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롯데 빅터 레이예스(206개)와 치열한 안타왕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그를 억눌러왔던 압박감이 부적절한 감정 표출로 터져 나온 것이다. 게다가 앞선 타석에서 묘한 투구가 얽히며 예민해져 있던 터라 그라운드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래도 사태가 크게 번지지 않은 것은 주장 장성우의 기민한 대처와 최원준의 빠른 사과 덕분이다. 장성우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불러모아 분위기를 다잡았고, 강민호와 오해를 풀었다. 또한, 경기가 끝난 뒤 최원준은 곧장 볼보이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올 시즌 최원준이 '200안타' 고지를 밟으며 보여준 퍼포먼스는 리그 역사에 남을 만큼 눈부시다. 모범 FA의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날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감정 통제 실패는, 그 찬란한 금자탑에 스스로 생채기를 낸 격이 됐다.
이제 야구팬들은 단순히 방망이만 잘 치는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라면, 그 위대한 기록에 걸맞은 그릇과 책임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진정한 슈퍼스타의 가치는 스코어보드에 찍히는 숫자가 아닌,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스타의 품격'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