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넘게 준비했는데 강연료 30만원"…연세대 교수 "모욕감 느꼈다"
[파이낸셜뉴스] 정부 기관의 요청으로 강연을 준비한 대학교수가 강연료로 30만원을 안내받고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지식을 쌓고 강연을 준비하는 데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식 노동자의 정당한 대가는 얼마일까?'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최근 한 정부 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론회의 주제 강연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강연은 참가자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김 교수는 기존에 연구해 온 내용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참가자들이 토론을 시작할 수 있도록 큰 틀을 제시하는 강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왔기에 조금 더 다듬으면 잘 준비할 수 있겠다고 보고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준비 과정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자료를 모두 다시 검토하고 하루를 들여 내용을 정리하고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준비했다면 한 달 이상 걸렸을 작업이다. 그 전 일주일 동안에도 틈틈이 강연의 방향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행사 당일에도 현장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는 김 교수는 준비와 참석에만 최소 이틀이 필요했다고 했다. 기존 연구에 투입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물리적으로만 최소 이틀이 들고, 바탕이 된 작업까지 치면 한 달 이상이 들어간 강연"이라고 밝혔다.
강연료는 외부 강연 신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른바 김영란법에 따라 강연 내용을 사전에 신고해야 해 지급 금액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담당 공무원도 강연료를 모르고 있었다. 제 요청으로 알아본 금액은 3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강연을 위해 들인 시간과 비교하면 지급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솔직히 모욕감을 느꼈다. 하루 종일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노동자 일당이 30만원 정도다. 여기에 준비에 들어간 시간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김 교수는 강연을 진행하되 보수는 받지 않겠다고 기관에 알렸다. 그는 "잠시 고민한 뒤 강연을 무료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이 제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강사들이 앞으로 받게 될 대우도 고려해 문제를 알렸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강연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이 기관이 부를 강사들을 생각해서 일부러 작은 잡음을 냈다"고 밝혔다. 이후 기관에서 강연료 조정 절차가 시작됐다며 "기관도 놀랐는지, 이후 강연료를 조정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문 지식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설명하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상담료를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는 특정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유아와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의 상담료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한 시간에 수백만원까지 든다는 이야기였다"며 "한 분야 최고 전문가의 한 시간이라면 그 가격이 꼭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최정상급 가수들이 받는 출연료처럼 다른 분야의 최고 대가와 견주어 보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상담료는 의료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 교수는 "오은영 박사는 자기 병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을 얼마로 매길지는 자유다.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끼면 가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반면 대학교수는 외부 강연료에 법적 상한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립대학 교수 기준으로 외부 강연료 상한은 1시간에 100만원, 2시간에 200만원"이라고 밝혔다.
강연 시간만으로 실제 노동량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그런데 1시간 강연은 1시간 노동이 아니다. 준비에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1~2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문성에 따른 보상 문제를 다시 강조하며 "지식노동에도, 육체노동에도 최고 수준이 있다"고 했다. 이어 "각 분야의 정상권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이 공개된 뒤 다른 교수와 연구자들도 공공기관 강연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경험을 공유했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학(HKUST) 부교수는 공공기관으로부터 15분 기조연설의 대가로 25만원을 안내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무료 강연을 선택했다는 그는 "공공기관에서 15분 기조연설에 25만원을 제시해 저도 같은 이유로 무료로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며 "같은 날 같이 참석한 유튜버, MC도 시간당 교수 강연료보다 훨씬 많이 받는 것을 알고 회의가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의 강연료 차이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출신인 김용정 원장은 "현지에서는 강의 준비 시간과 비행시간, 강의 시간을 모두 합산해 시간당 500~1000달러를 받았지만, 서울에서는 거두절미 30만원, 세후 26만원을 받는다. 강의 후 자괴감이 든다"고 전했다.
홍혜걸 의학 전문기자도 관련 제도 개선에 동의했다. 그는 "공감한다"며 "이런 부분은 법 개정을 통해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공공기관의 예산과 강연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정부나 공공기관, 도서관에는 훌륭한 분을 모실 예산이 적고 소외된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성격이 크다"며 "기업과 국가나 공공기관은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