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가두면 재판도 빨라질까…'구속 연장' 앞서 따져볼 시간
집중심리 규정은 이미 존재…공판 간격뿐 아니라 지연 원인 확인해야
복잡한 증거조사와 일정 지연 구분해야 연장 필요성 판단 가능
[파이낸셜뉴스] 수사·기소 분리 이후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복잡한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고, 선고 전 석방에 따른 증거인멸이나 도주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구속 기간을 늘리는 것과 재판 지연을 줄이는 것이 별개의 문제인 만큼, 연장 필요성을 판단하려면 현재 구속기간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며,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으면 심급마다 두 차례 갱신할 수 있다. 통상 거론되는 '6개월'은 이를 합친 기간이다. 상소심에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 세 번째 갱신도 가능하다.
구속 기간이 끝나 피고인이 석방되더라도 재판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남은 심리를 거쳐 유무죄와 형량을 판단한다. 따라서 구속 기간 만료에 따른 석방을 곧바로 처벌의 공백으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건에 따라 석방 이후 도주나 증거인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쪽은 사건의 복잡성을 강조한다. 수사·기소가 분리된 상황에서 다수 피고인의 관여 정도를 구분하고 방대한 회계자료나 디지털 증거를 검토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증인 진술을 확인하고 다툼이 있는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를 서두르면 오히려 심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시간이 부족한 이유가 모두 사건의 복잡성 때문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첫 공판까지의 대기, 증인 불출석, 감정 결과 지연, 당사자의 기일 변경 신청, 재판부의 일정 조정은 서로 다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구속 기간만 늘리면 실제 지연 원인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 기간 연장에 대한 찬반 의견을 넘어, 실제 사건에서 무엇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판조서와 기일변경 내역,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 등을 대조하면 필요한 준비 기간과 줄일 여지가 있었던 지연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고 전했다.
수사·기소 분리 이후 재판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향후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시행 이전부터 존재한 지연과 제도 변화로 새로 발생한 지연을 구분하지 않으면 개편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형로펌 형사전문 변호사는 "피해자에게는 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고, 피고인에게는 충분히 방어하면서 불필요한 구속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두 요구를 함께 충족하려면 '얼마나 더 가둘 것인가'에 앞서 '왜 시간이 더 필요한가'에 답해야 한다. 구속기간 연장 논의의 근거는 막연한 장기화 전망보다 실제 사건의 진행 기록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