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CC 발주 역대 최대, K조선 '고수익 수주' 노린다
VLCC 운임, 한 달 새 109% 급등
상반기 발주 5450만t, 中조선사 89% 싹쓸이
호황 저물 수 있어, 물량경쟁보다 고수익 선별
[파이낸셜뉴스]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고공행진하면서 글로벌 선주들의 신규 선박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물량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조선사들의 물량 공세뿐 아니라 공급과잉 우려도 나오는 만큼, 한정된 건조 능력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성이 높은 계약을 확보하는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VLCC 운임은 하루 78만6245달러로 4주 전보다 108.6% 급등했다. 한 달 새 운임이 두 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특히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하루 128만6655달러로 같은 기간 82.8% 상승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선박 운용 제약으로 가용선복이 제한된 와중 원유 수송 계약이 늘면서 운임을 밀어 올린 것이다.
VLCC 고운임은 선박 자산가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선령 5년 VLCC의 중고선가는 1일 기준 1억7809만달러로 일주일 만에 9.3%나 상승했다. 8일에는 1억8684만달러까지 뛰었다. 반면 1일 기준 VLCC 신조선가는 1억2946만달러다. 중고선이 신조선보다 37.6% 비싼 것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존 선박에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선주들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구라의 자회사 볼라레쉬핑은 최근 약 5억달러를 조달해 VLCC 선대 확대에 나섰다. 현재 운항 중인 6척에 더해 2028년까지 신조선 8척을 인도 받을 예정이다. 신규 발주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해운 분석업체 MS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LCC 발주량은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5450만t으로 종전 연간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뚜렷한 VLCC 수요 증가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투자 확대 등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먼저 늘어나는 수주는 대체로 중국을 향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발주의 89%를 중국 조선사들이 가져갔다. 거기다 2028~2029년 신조선들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라 공급과잉으로 발주 호황이 저물 공산이 크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로서는 중국과의 물량 경쟁보다 높은 선가와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이 VLCC 수주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굳이 가격 경쟁까지 벌이며 물량 확보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이미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한정된 건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수익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정원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