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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국장을 떠나는 투자자들

파이낸셜뉴스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두선 증권부 차장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곳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은 '이탈, 항의, 충성'에서 이를 '항의'와 '이탈'로 설명했다. 안에서 개선을 요구하거나 떠나는 방식이다. 투자자도 매매로 의사를 표시한다. 담장 밖으로 향하는 자금은 우리 시장에 무엇이 부족한지 묻게 한다.

올해 3·4분기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59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은 약 10조14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반기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투자자들의 선택이 달라졌다.

해외 주식을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고,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기업에 투자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증시가 최근 얼마나 올랐는지만 따져서는 투자자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다. 반도체 외에도 오래 투자할 만한 기업이 충분한지 살펴야 한다. 지수가 올라도 선택지가 좁다면 투자자의 시선은 밖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우선주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기다. 모두 반도체와 연결된 기업들이다.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에 자금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둔화했을 때 빈자리를 채울 기업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미국 역시 기술주 쏠림이 크다. 그러나 투자할 기업이 반도체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 안에서도 엔비디아의 반도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클라우드, 알파벳과 메타의 서비스 등으로 선택지가 나뉜다. 그 밖에는 일라이릴리의 신약, 월마트의 유통, JP모건의 금융이 있다. 같은 시장에서 서로 다른 사업의 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 증시의 매력이다.

한국에도 바이오와 콘텐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있다. 유망한 산업이 있다는 것과 오래 투자할 기업이 충분하다는 것은 다르다. 기업은 꾸준한 이익으로 기대를 증명하고, 그 성과를 주주와 나눠야 한다. 정책도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서 그치지 말고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길을 넓혀야 한다. 투자할 이유가 충분해지면 자금은 따라온다.

허시먼이 말한 '이탈'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의 이동은 우리 시장을 돌아보게 하는 신호다. 미국으로 향하는 돈을 붙잡으려면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의 성장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투자 수요가 있다. 투자자를 국내 증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오래 투자할 만한 기업이다.

[email protected] 최두선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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