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신 영화…이노션의 '제2의 밤낚시' 실험
광고 회피 시대, 콘텐츠로 승부수
'밤낚시' 관객 4만6000명 성공 경험
한화 참여 영화감독 3명과 협업
애니·다큐 등 제작 영역 확대
[파이낸셜뉴스] "광고를 보지 않는 시대에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만난 김정아 이노션 대표는 브랜드와 영화 감독을 연결하는 '시네마 바이 브랜드'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노션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마켓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과 이번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했다. 브랜드가 알리고 싶은 메시지를 영화로 구현하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다. 첫 번째 프로젝트 소재는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인 '우주 태양광'이다.
이노션은 영화라는 창작의 영역과 브랜드를 결합시킨 배경으로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를 꼽았다. TV 시청이 줄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 플랫폼에서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의 브랜드 노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김 대표는 "대안으로 브랜드 메시지가 포함된 '브랜디드 콘텐츠'가 늘고 있지만 이조차 광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반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참여하는 콘텐츠도 결과물에 따라 볼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개봉한 단편영화 '밤낚시'다. 배우 손석구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를 몰고 밤낚시를 가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이오닉 전체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 7대로 영화를 찍었다. 현대차 마케팅 예산으로 제작된 13분짜리 영화는 극장에서 관객 4만6000명을 동원했다. 김 대표는 "유튜브에서 공짜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고객사를 설득해 티켓값 1000원을 받고 극장에서 상영하면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국제 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주요 광고제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영화계도 이번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영화 시장이 위축되며 흥행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영화 위주로만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창작의 자율성이 위축되는 환경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덕 ACFM 위원장은 "감독들이 흥행 부담을 덜고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으로 영화 제작을 제안해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진호 감독은 "선발 과정에서 감독의 시선을 존중받을 수 있었고 기존에 한국에서 만들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8개국에서 출품된 60편 가운데 이 감독과 함께 홍의정 감독과 말레이시아의 에드먼드 여 감독 작품이 이번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이날 벡스코에서 열린 특별 세션에서는 감독들의 선정작이 처음 공개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화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영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은 "미국 CNBC, 블룸버그 등 글로벌 언론사와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며 "올해 재계 5위에 오르고 사업적으로 역할이 커지는 시점에 한화가 이루고자 하는 가치와 철학을 전 세계 관객이 이해하는 콘텐츠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는 매체 광고 집행비보다 적은 수준에서 제작비를 책정해 비용 면에서도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노션은 올해를 시작으로 브랜드와 창작자를 연결하는 영화를 매년 제작한다. 내년에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모기업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필요한 콘텐츠 영역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장기 전략도 깔려 있다. 김정아 대표는 "창작자들은 브랜드와 협업하면 작품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브랜드와 크리에이티브를 모두 이해하는 이노션이 중간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연극, 스포츠,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로 브랜드와 창작의 만남 기회를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명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