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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침묵이 사람을 망친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9)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얼마 전 한 기업의 팀장 교육에서 피드백 실습을 진행하던 중, 한 팀장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솔직하게 말했다가 꼰대 소리를 듣고 익명 게시판에 오르내리면 그 평판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다정한 침묵이 사람을 망친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9)

강의장 곳곳에서 깊은 공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리더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조직의 성과 부진이 아니라 리더 자신의 나쁜 평판이다. 그래서 많은 리더가 칭찬은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필요한 쓴소리는 꿀꺽 삼키는 쪽을 택하며, 스스로 그 선택을 존중과 배려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이 선택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문제도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는 착각이다. 피드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미뤄질 뿐이다. 그리고 미뤄진 피드백은 반드시 더 가혹하고 어려운 통보가 되어 돌아온다. 오늘 면담에서 건넬 수 있었던 가벼운 교정의 한마디가 반년 뒤에는 최하위 평가 등급으로, 1년 뒤에는 핵심 업무 배제나 이별 통보로 둔갑한다. 리더는 흔히 지금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지만, 진짜 질문은 '지금 작게 말할 것인가, 나중에 크게 통보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마치 충치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가 시릴 때 치과에 가면 간단한 치료로 끝나지만, 당장의 통증이 두려워 미루면 결국 뼈아픈 신경치료를 감당해야 한다. 통증을 피한 것이 아니라, 더 큰 통증을 예약한 셈이다.

이 구조적 모순을 가장 아프게 겪어낸 사람이 구글과 애플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경영 사상가 킴 스콧(Kim Scott)이다. 과거 스타트업을 경영하던 시절, 그녀는 성과가 부진한 직원에게 무려 10개월 동안 부드러운 격려만 건넸다. 마침내 한계에 부딪혀 그를 내보내야 했을 때, 직원의 입에서 나온 것은 원망이 아니라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왜 진작 제게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나요?"
10개월간의 다정함은 결과적으로 그 직원에게서 스스로 문제를 고칠 소중한 기회를 빼앗았고, 마지막 순간에 가장 치명적인 결과만을 남겼다. 스콧은 이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를 아끼면서도 정작 해야 할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태도를 '파괴적 공감'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이를 관리자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로 꼽았다.

그렇다면 리더는 왜 이렇게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선택을 반복할까? 스콧의 고백은 서늘했다. 그녀는 훗날 자신이 그 직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진짜 이유가 상대의 감정이 다칠까 봐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는 리더 자신의 평판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다정한 침묵은 겉보기에 구성원을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보호받는 쪽은 미움받기 싫은 리더 자신이다. 감정적 비용은 구성원의 미래로 전가하고, 당장의 심리적 안전은 리더가 챙긴다. 우리는 결코 이것을 배려라고 부를 수 없다.

다정한 침묵이 사람을 망친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9)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사 젠거 포크먼(Zenger Folkman)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조사는 이러한 진실을 뒷받침한다. 응답자의 57%는 단순한 칭찬보다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교정적 피드백을 원했고, 72%는 상사가 그러한 피드백을 주면 자신의 성과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구성원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리더의 쓴소리가 아니라, 아무런 성장 없이 정체되어 버리는 자신의 헛된 시간이다. 리더가 침묵으로 직원의 감정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 상당 부분은 리더의 자기 위안적 상상에 불과하다.

물론 반론도 있다. 과거 솔직함을 핑계로 막말과 인격 모독을 일삼던 폭군형 리더들을 우리는 숱하게 겪어왔다. 지금 리더들의 조심스러움은 그 억압적인 시절에 대한 당연한 반작용일 수 있다. 이 반론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법이 침묵이 되어서는 안 되며, 피드백을 전달하는 방식의 혁신이 되어야 한다. 앞선 조사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경청하지 않는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은 결코 수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솔직함 그 자체가 아니라, 듣지 않는 솔직함이었던 것이다. 리더가 먼저 귀를 열고, 상대의 인격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과 업무 기준에 대해 말할 때, 피드백은 비로소 공격이 아닌 든든한 지원군으로 수용된다.

당장 이번 주, 지난 한 달 동안 입안에서 맴돌다 꿀꺽 삼켜버린 피드백 하나를 수첩에 적어보자. 그리고 다가오는 면담에서 "당신은 항상"이라는 인신공격성 주어 대신, "이 보고서의 이 부분은"으로 시작하여 당신이 기대하는 명확한 기준을 전해보자. 그리고 지적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물어보라.

"내가 어떤 지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멈추면 당신이 일하기 훨씬 수월해질까요?"
이 역방향의 피드백을 먼저 수용하는 리더만이 구성원에게 진짜 피드백을 건넬 자격을 얻는다.

조직에서 침묵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지금 편하자고 삼킨 한마디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자에 이자가 붙어 거대한 대가가 되어 돌아온다. 그 무거운 대가를 내일의 구성원이 치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 리더인 당신이 용기 있게 감당할 것인가?
진짜 리더십은 바로 그 선택의 순간에 결정된다.

/김문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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