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일률적인 창업 지원보다 기업 특성 반영한 육성대책 필요"[fn이 만난 사람]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타트업 발굴·성장 지원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 회장
AI시대, 창업 확대해야 하지만
'어떻게 잘 키워내느냐’가 관건
B2B·B2C 등 기업별 전략 달라
정부 이어 AC 등 민간 역할 중요
초기 투자 분야 생태계 활성화
업계 첫 ‘씨엔티테크’ 상장 추진
투자사가 스타트업 설립해 육성
‘벤처 스튜디오’ 사업도 확대할 것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AC)협회 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AC)협회 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인공지능(AI) 전환이 빠르면 빠를수록 채용 수요가 줄어 청년들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무조건 창업을 확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장과 후속 투자 등 어떻게 잘 키워낼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AC)협회 회장은 1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업가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초기투자AC협회는 2024년 5월 한국AC협회와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통합해 출범한 단체다. 2024년 2월 AC협회장으로 취임한 전 회장은 두 기관의 통합을 이끈 주인공이다. 이후 베트남 사무소 개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워크숍 발제 등 국내 AC의 글로벌 진출을 비롯해 부산 동남권 본부 설립,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프로그램 '립스(LIPS)' 투자연계 사업 등으로 AC의 영향력을 넓혔다.

■창업 확대 넘어 성장·후속 투자까지

정부가 올해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고,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 회장은 창업을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률적인 하나의 프로세스로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회장은 "피지컬 AI를 하는 기업과 홍삼을 만드는 기업은 처음부터 기업 간 거래(B2B)·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전략이 천차만별"이라며 "콘텐츠와 소재·부품 등 각각에 맞는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AC 등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다양한 분야의 창업기업을 하나의 정책으로 지원하기보다 현장에 가까운 민간 AC가 각 기업의 특성과 성장 가능성을 살펴 맞춤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 회장은 "한국에서는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시드 투자나 프리시리즈A 투자를 받기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면서도 "결국 모수가 큰데, 이 기업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키워내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기업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단계에 맞춰 육성하고 후속 투자로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 회장이 이끌고 있는 국내 최대 AC인 씨엔티테크도 초기 투자부터 보육, 후속 투자 유치까지 연계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별 사업모델 고도화와 멘토링,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연계 등을 통해 초기 기업이 성장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씨엔티테크가 추천한 기업의 TIPS 선정 성공률은 90%를 웃돈다. 지난 6월 기준 씨엔티테크의 보육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은 5000곳을 넘어섰다.

전 회장은 "연간 약 3000건의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이 가운데 100개 안팎의 기업에 투자하고 보육한다"며 "초기 투자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모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폐지 위기를 맞은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에 대해서도 민간 보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출범한 청창사는 만 39세 이하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과 공간·코칭 등을 지원해 왔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청창사 관련 예산을 없애고 청창사가 사용하던 전국 거점과 시설·인력 등을 재창업자를 지원하는 '재도전성공학교'에 활용하기로 했다.

전 회장은 "청창사가 사라지면 16년간 축적된 창업 교육·보육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민간 AC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큰 전환을 할 때는 바꾸기도 해야 하지만, 잘된 창업 제도들은 더 활성화하는 등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엔티테크 상장 추진…벤처 스튜디오로 창업 생태계 확장

전 회장이 씨엔티테크의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도 민간 AC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민간 AC가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투자할 수 있어야 창업 생태계 전반에도 활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씨엔티테크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심사를 통과할 경우 빠르면 연내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국내 AC 가운데 최초다.

전 회장은 "다른 AC들도 투자를 받아 펀드를 만들고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굉장히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업계에서 첫 상장 사례가 나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C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 회장이 집중하는 또 다른 분야는 '벤처 스튜디오'다. 벤처 스튜디오는 투자사가 직접 스타트업을 설립해 육성하는 투자 방법을 뜻한다. 스타트업 스튜디오나 컴퍼니빌딩 등으로도 불린다. 초기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AC가 직접 창업을 하기 때문에 일반 스타트업보다 생존할 확률이 높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벤처·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AC들이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직접 스타트업을 꾸리는 벤처 스튜디오 운영이 가능해졌다. AC가 직접 사업을 기획·투자·보육하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지분 매각을 통해 빠르게 엑시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회장은 씨엔티테크가 상장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벤처 스튜디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수백개의 기업에 투자를 하다보면 창업 영역 전반을 보게 되는데, 간혹 비어 있는 분야가 눈에 띈다"며 "'누군가는 창업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영역이 있다. AC 업계 선두주자로서 상장 이후에는 벤처 스튜디오 사업을 더 집중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백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초기 창업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투자 전문가로서 전 회장은 창업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만큼 실패를 대하는 창업가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창업의 실패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원인을 철저히 돌아봐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다음 도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전 회장은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경영하고 재기를 위해 노력한 창업자라면 다시 투자할 수 있다"며 "이를 '성실 실패'라고 부르는데, 첫번째 실패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정비를 했느냐가 두번째, 세번째 창업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AI가 창업의 문턱을 낮추면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하는 일은 과거보다 쉬워졌지만, 누구나 성공적인 창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시장에서 통하는 사업을 키워내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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