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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멈춘 신압록강대교, 왜 지금?…"북중 경제적 타협 신호"

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4년 주 교량 완공 이후 12년간 개통이 미뤄진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준비가 진전되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 경제적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역적자와 대중 의존도 확대를 우려한 북한이 개통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다 양국 간 경제적 이견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김규범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브리프 '신압록강대교 뒤늦은 개통 현실화, 원인과 향후 전망'에서 "신압록강대교의 장기 미개통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나 시설 미비의 문제가 아니라 북중 간 경제적 이해관계의 차이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 측 통관시설이 완공 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단둥시도 통상구 개통을 연내 과제로 명시하면서 개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북한 측 교량 입구에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새로 걸린 모습도 포착됐다. 현지에서는 오는 15일 개통식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개통이 "가능성보다는 시간의 문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순히 북중관계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길이 3026m, 왕복 4차로의 도로 교량이다.

북중관계가 우호적이던 2009년 본격 추진됐으며, 차량이 한 방향씩 번갈아 통행해야 하는 기존 조중우의교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협력 사업이었다.

중국이 건설비를 부담해 2014년 주 교량을 완공했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건설이 지연되면서 개통하지 못했다.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참여로 정치적 환경도 악화됐다.

2018~2019년 북중관계 개선으로 북한 측 진입로 공사가 재개됐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중단됐고, 2023년 국경 개방 이후에도 개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교역 확대가 북한과 중국에 동일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에는 물류 효율을 높이는 기반 시설이지만, 북한에는 중국산 상품 유입을 늘려 무역적자와 경제적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에도 1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북제재로 석탄·광물·수산물·의류 등 핵심 수출품의 판로가 막혔지만 중국산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은 이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국 상품은 더 빠르고 대량으로 유입될 수 있지만, 북한이 중국에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며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하면서도 무역적자와 대중 의존도만 커지는 상황을 북한이 반길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중국과의 경제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초 북측 세관과 출입국 시설 공사를 재개했다. 같은 해 9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북중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대화도 복원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히 올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개통 준비를 강하게 추동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접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과 실질협력 확대를 천명한 뒤 북한 측 시설 공사도 빠르게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정상급 차원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경제적 이견과 갈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일정한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늘어나는 대중 무역적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적자를 어떤 유무형의 이익으로 보전할 것인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북한산 상품 수입 확대와 북한 노동력 수출, 임가공 통로 허용 등을 놓고 협상이 진행됐으며 일정 부분 타협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일종의 대중 협상카드였다고 볼 수 있다"며 "결국 북한이 무엇을 얻는 조건으로 개통을 결심했는지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개통된 북러 간 두만강 자동차 다리와 육상 연결망 강화가 중국에 자극이 됐을 것"이라며 "북러 밀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12년 동안 방치된 대북 물류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북중 육상교역의 병목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상품의 일방적인 대북 수출이 급증하기보다 북한의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배려하는 형태로 교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산 식료품과 주류·화장품·일부 경공업제품의 중국 시장 진출, 가공품 수출과 노동력 활용 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중 북한 노동자 규모는 단기적으로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효하고 북한이 과도한 대중 의존을 경계한다는 점은 경제협력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기업들도 북한 시장의 높은 정치적·제도적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중관계가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돼 있더라도 국익 앞에서는 철저하게 계산하고 줄다리기를 한다는 점을 신압록강대교 역시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개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강도 대북제재 이후 해법을 찾지 못했던 북중 경제관계가 새로운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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