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농촌 이장 172명 중 여성 4명… 6개 마을 운영규약 바꿨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1인1표 선거·여성 위원 참여 등 반영
2019년부터 19개 마을 성평등 사업 참여
농식품부 전국 우수사례·장관 표창
인권위도 세대주 중심 선출 관행 개선 촉구

1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5회 여성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이은영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 등 제주지역 수상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농촌 6개 마을의 운영규약을 개선하고 여성의 마을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해 온 성과로 농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5회 여성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이은영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 등 제주지역 수상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농촌 6개 마을의 운영규약을 개선하고 여성의 마을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해 온 성과로 농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읍면지역 이장 172명 중 여성은 4명뿐이다. 여성의 마을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농촌 6개 마을이 운영규약을 개정한 성과가 전국 농촌 성평등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이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 농촌 성평등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지방정부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제주도는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5회 여성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농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번 수상의 핵심은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마을 운영규약 개정이다. 제주도는 2019년부터 주민들이 직접 성평등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교육과 전문가 자문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까지 17개 마을이 참여했고 올해 2곳이 추가돼 모두 19개 마을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대평리와 신도1리, 금악리 등 6개 마을이 성평등 관점을 반영해 운영규약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주민 1인 1표 선거권 보장, 부녀회장의 마을 개발위원회 당연직 참여, 위촉직 위원의 남녀 동수 구성 등이다. 다만 개별 마을마다 적용한 조항은 구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을 운영규약은 이장 선출과 주민총회 의결, 개발위원회 구성 등 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 절차를 정하는 규범이다. 일부 농촌에서는 세대주나 가구 대표에게 선거권과 의결권을 부여하는 관행이 유지되면서 여성 주민의 독립적인 참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제주 농촌의 여성 대표성은 전국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제주도가 집계한 올해 4월 기준 읍면지역 이장 172명 가운데 여성은 4명으로 2.33%에 그쳤다. 동지역 여성 통장 비율 38.12%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에서도 제주지역의 낮은 여성 이장 비율이 확인됐다. 인권위가 2014~2023년 전국 이장 선출·임명 기록을 조사한 결과, 여성 비율은 8.43%였다. 같은 기간 제주 여성 이장 비율은 2.54%로 조사 대상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인권위는 이장 자격을 특정 성별로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마을이 주민총회 의결권이나 후보 추천권 등을 세대주 또는 세대 대표 1명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성이 가구를 대표해 온 관행과 이러한 규정이 결합하면 여성이 이장 선출과 마을 운영에 참여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8월 이장 선출 관련 자치법규와 마을 정관을 점검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주민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정부의 여성농업인 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 3월 수립한 '제6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2026~2030년)'은 농촌 여성의 실질적인 지위 향상과 정책 의사결정 참여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마을 이장 선출 방식의 개선 상황을 점검하고 우수사례를 확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제주도는 마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행정지원 방식도 개선했다. '제주형 마을만들기 사업' 공모 평가에서 여성 이장이 있는 마을과 위원회 여성 참여 비율이 높은 마을, 성평등마을 조성사업 참여 마을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사업 추진에는 제주여민회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제주YWCA 등이 참여하는 성평등마을사업단이 함께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관련 정책 연구를 지원했다.

농식품부는 2년마다 농촌 성평등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열어 정책 개선 노력과 추진체계, 주민 체감도 등을 평가한다. 이번에 선정된 제주 사례는 정부 정책자료집에 수록돼 다른 지방정부와 농촌마을에 공유될 예정이다.

제주 농촌의 여성 이장 비율이 2%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개정된 규약이 실제 선거와 마을 의사결정에 적용되는지, 여성 주민의 참여를 얼마나 확대했는지가 정책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다.

이은영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은 "행정과 민간단체, 마을 주민들이 함께 실천해 온 노력이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갖고 마을 운영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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