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금에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 축소… 위성곤 제주지사, 교부세율 인상 촉구
제주서 시·도지사 지방재정 논의
기존 산식보다 교부세 30조5000억 적어
제주 보통교부세 3% 특례에도 영향
정부 "내년 교부세 총액은 증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재원을 먼저 확보한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전국 시·도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방교부세율 인상과 안정적인 자주재원 확보를 촉구했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위성곤 지사는 이날 오후 제주 더 시에나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미래대응기금 조성에 따른 지방재정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 쟁점은 정부가 새 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교부세의 산정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청년과 미래산업, 지역균형발전, 교육 등에 투자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2027년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활용해 국가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화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기본 재원으로 삼는다. 정부는 이 비율을 유지하되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기준으로 교부세를 계산할 계획이다.
기금에 적립하는 금액이 먼저 빠지면 법정 교부율이 그대로여도 기존 산식으로 계산한 금액보다 지방교부세가 적어진다.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보통·특별교부세 등 정률분은 약 69조7000억원이다. 기존 산정 방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30조5000억원 적게 편성된 규모다. 차액을 기금의 지방계정 등을 통해 다시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지방정부가 용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는 이러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제주특별법 제124조는 전국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제주에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통교부세 전체 규모가 달라지면 제주에 배분되는 금액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주재원이다. 복지·돌봄과 재난안전, 교통 등 주민 생활에 필요한 사업을 뒷받침한다. 반면 특정 사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기금은 사용 목적과 지원 조건에 따라 지방정부의 재량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기금 지원사업에 지방비 분담이 요구될 경우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재정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간담회의 쟁점으로 다뤄졌다.
위성곤 지사는 "지방교부세는 주민의 일상과 필수 행정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법정 재원인 만큼 장기적으로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는 등 지방재정 확충과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부세 산정 방식의 변경이 곧바로 전년보다 지방교부세 총액이 감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2027년 지방교부세 총액이 77조2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7조8000억원(1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지방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세수 변동에 따른 지방재정의 불안정성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 산식을 적용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재원과 정부의 새로운 방식으로 산정한 재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아 있다.
제주에 실제로 배분될 2027년 보통교부세 규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금 조성에 따른 제주 재정의 구체적인 증감액을 판단하려면 정부의 지역별 교부세 배분 결과와 기금 지원계획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8월부터 미래대응기금 도입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각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이번 제주 간담회에서도 지방교부세 재원 감소 가능성과 지방비 부담 증가 우려, 기금 설계·운용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정부가 지난 9월3일 국회에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국회 심의 단계에 있다.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과 기금 운용체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입법 과정에 달려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지방세연구원 원장 임명 절차 개편과 특별사법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공동 활용 방안도 다뤄졌다.
제주도는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른 지방재정 영향을 살피면서 다른 시·도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가 차원의 미래 투자 확대와 지방정부의 자율적 재정 운용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향후 국회 심의와 정부·지방 간 협의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