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제주 학교 재편 '70% 동의' 문턱… 도민 55.4% 완화 선택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60% 기준 31.1%·50% 24.3%
현행 유지 31.6%… 의견 엇갈려
학생은 진로·교직원은 학력 우선

제주시 추자면 하추자도에 있는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장. 학생 수 감소로 1999년 분교장으로 개편됐으며, 2026학년도 학급 편성 당시 신입생 없이 재학생 3명으로 운영됐다. 제주도교육청의 학교 재편 관련 도민 여론조사에서 55.4%가 보호자 동의 기준 완화를 선택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제주시 추자면 하추자도에 있는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장. 학생 수 감소로 1999년 분교장으로 개편됐으며, 2026학년도 학급 편성 당시 신입생 없이 재학생 3명으로 운영됐다. 제주도교육청의 학교 재편 관련 도민 여론조사에서 55.4%가 보호자 동의 기준 완화를 선택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학교 재편에 필요한 보호자 동의 기준을 현행 70%보다 낮추는 방안에 도민 55.4%가 찬성하는 선택을 했다. 2031년까지 학령인구가 1만4119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학교 재편 기준 완화와 보호자 동의권 보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발표한 '2027 제주교육 수립을 위한 도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에 필요한 보호자 동의 기준으로 '60% 이상 찬성'을 선택한 응답자는 31.1%, '50% 이상 찬성'은 24.3%였다. 현행보다 완화된 기준을 선택한 응답이 55.4%를 차지했다.

반면 현재 제주에서 적용하는 '70% 이상 찬성' 기준을 선택한 응답자는 31.6%였다. 기타 의견은 0.3%, 모름·무응답은 12.8%로 조사됐다.

현행 70% 기준과 60% 기준을 선택한 응답 비율의 차이는 0.5%포인트에 그쳤다. 두 기준에 대한 선호가 팽팽한 가운데 동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을 웃돈 셈이다.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자녀나 손자녀가 있다고 답한 도민 381명 가운데서는 60% 기준을 선택한 응답이 33.0%로 가장 많았다. 현행 70% 기준은 32.2%, 50% 기준은 24.5%였다.

학교 재편 논의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이번 설문 문항에 제시한 전망에 따르면 제주 학령인구는 2027년 7만3373명에서 2031년 5만9254명으로 줄어든다. 4년 동안 1만4119명, 19.2% 감소하는 규모다.

적정규모학교 육성은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학교를 통합하거나 이전·재배치하고, 서로 다른 학교급을 함께 운영하는 등 학교 운영체계를 조정하는 정책이다.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 배치, 통학 여건, 지역사회 유지 문제가 함께 영향을 받는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 '미래형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 통폐합과 이전 재배치, 통합운영, 분교장 개편 등 다양한 방식을 제시하면서 학교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일방적인 폐교를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주시지역 초등학생과 가족들이 제주시교육지원청이 마련한 '소통하고 행동하며 성장하는 가족관계 개선 캠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2가족 69명이 참여한 이번 캠프에서는 가족 간 의사소통과 관계 개선을 위한 활동이 진행됐다. 제주도교육청의 '2027 제주교육' 설문조사에서도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위기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이 주요 교육과제로 꼽혔다. 사진=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시지역 초등학생과 가족들이 제주시교육지원청이 마련한 '소통하고 행동하며 성장하는 가족관계 개선 캠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2가족 69명이 참여한 이번 캠프에서는 가족 간 의사소통과 관계 개선을 위한 활동이 진행됐다. 제주도교육청의 '2027 제주교육' 설문조사에서도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위기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이 주요 교육과제로 꼽혔다. 사진=제주시교육지원청

전국적으로도 학교 재편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기존 '적정규모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을 폐지했다.

학교 규모와 통합 절차를 시·도교육청이 지역 여건에 맞춰 정하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치다. 교육부는 학교 통합 지원금도 초등학교 최대 75억원, 중등학교 최대 13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중앙정부의 권고기준 폐지가 제주의 보호자 동의 기준을 자동으로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의 자체 기준을 조정할지, 조정한다면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는 별도 정책 결정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이번 여론조사만으로 기준 변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학교 재편 논의와 함께 내년도 제주교육의 우선순위에서도 학생과 교직원, 도민 사이에 차이가 확인됐다.

학생대표 714명은 제주도교육청이 최우선으로 추진할 과제로 진로·진학·취업교육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전체 복수선택 응답 가운데 21.57%를 차지했다. 문화·예술·체육교육 14.64%, 학생 안전·건강 12.89%가 뒤를 이었다.

반면 교직원 1308명은 학력·문해력 향상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복수선택 응답의 28.98%였으며 교육활동 보호 17.43%, 민주시민교육 10.97% 순이었다.

도민 1007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여론조사에서는 학생 맞춤형 교육이 16.5%로 가장 높았다. 진로·진학·취업교육 16.3%, 학생 안전·건강 15.6%, 인공지능(AI)·디지털·정보교육 14.9%, 학력·문해력 11.4%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은 자신의 진로와 다양한 교육 경험에, 교직원은 기초학력과 교육활동 보호에, 도민은 개별 학생의 특성과 진로를 고려한 교육에 상대적으로 높은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받고 있다. '2027 제주교육' 설문조사에서 제주형 생태전환교육 확대는 교직원과 도민이 꼽은 주요 정책 과제로 나타났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받고 있다. '2027 제주교육' 설문조사에서 제주형 생태전환교육 확대는 교직원과 도민이 꼽은 주요 정책 과제로 나타났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활동 보호와 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에서는 공통된 요구도 확인됐다. 포용교육 분야에서 교직원은 교육활동 보호 강화 34.75%, 위기학생 심리·정서 지원 32.84%를 주요 과제로 선택했다.

학생들은 교사와 학생이 안심하고 수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28.85%, 심리·정서 상담과 지원 강화 17.51%를 선택했다. 도민 역시 안전한 등하교·학교 환경 조성 21.2%, 위기학생 심리·정서 지원 20.5%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교육정책의 운영 방식에서도 요구가 엇갈렸다. 교직원은 학교 현장의 행정부담 경감 29.7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도민은 투명한 예산 집행 체계 구축 15.9%, 학생은 정직하고 투명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소통 강화 19.75%를 각각 우선 과제로 꼽았다.

제주 학교교육에 대한 도민 만족도는 56.9%로 조사됐다. 불만족은 28.6%, 모름·무응답은 14.5%였다. 만족한 응답자들은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운영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으며, 불만족한 응답자들도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제주도교육청이 '2027 제주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실시했다. 학생대표 714명과 교직원 1308명은 9월22일부터 10월2일까지 온라인 설문에 참여했다. 별도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제주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 1007명을 조사했다.

도민 조사는 전화와 온라인을 병행했으며 응답률은 1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학생·교직원 조사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으로, 도민 표본조사와 조사 방식이 다르다. 정책 우선순위의 비율도 복수선택 응답을 기준으로 산출돼 집단 간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 학교 현장의 변화를 중심으로 2027년 교육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학교 재편과 교육과정 개선은 앞으로 제주교육의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 보호자 동의 기준을 둘러싼 여론을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학교 재편 과정에서 학생의 학습권과 통학 여건, 지역사회의 요구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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