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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AI시대, 디지털복지 정책 만들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집에 '펜티엄 PC' 한 대 놓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었다. 기자 월급 석달치는 꼬박 모아야 살 수 있던 PC는 언감생심이었다. 어느날 정부가 시장 가격 절반도 안되는 100만원짜리 '국민PC'를 내놓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기자이기에 앞서 소비자로서 반가웠던 몇 안되는 정책이었다.

1999년 김대중 정부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초고속인터넷 망 투자를 유인하고 전자상거래 산업 육성을 목표로 전국민 인터넷 활용의 걸림돌을 해소하는 정책을 내놨다.

국민PC를 출시해 국내 PC시장을 확대하고 PC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발하는 산업정책을 썼다. 또 전국민이 고르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취약계층에 PC 구입비용과 인터넷 요금을 정부재원으로 지원하는 복지정책을 활용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짜PC를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육성과 복지정책을 양대 축으로 활용해 세계 최고 전국 초고속인터넷망 구축과 인터넷 활용 국가의 성과를 만들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누구나 AI를 잘 이용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를 위한 AI시대 디지털복지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제값받고 시장에서 팔릴 AI모델을 만들고,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서비스 경쟁을 유인할 수 있는 AI산업정책과 디지털복지정책이 양대 축으로 운영될 때 우리 정부가 주창하는 AI 3강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 싶다.(출처=연합뉴스)
전 국민이 누구나 AI를 잘 이용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를 위한 AI시대 디지털복지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제값받고 시장에서 팔릴 AI모델을 만들고,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서비스 경쟁을 유인할 수 있는 AI산업정책과 디지털복지정책이 양대 축으로 운영될 때 우리 정부가 주창하는 AI 3강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 싶다.(출처=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내걸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과 기업이 AI를 일상과 업무에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그런데 AI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과 디지털복지정책의 두 축이 명확히 안보인다.

사실 그동안 정부차원의 디지털복지 정책이란게 똑부러지게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통신복지로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취약계층의 통신요금을 감면하는 정도다.

취약계층의 통신요금 감면은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제도지만, 정부차원의 디지털복지 정책의 목표와 틀거리가 없으니 복지정책이라고 말하기는 면구스럽지 않을까 한다. 기업들이 만든 '모두의 AI'를 공짜로 국민들에게 내놓는 계획 역시 시장 육성과 산업발전에 대한 비전이 없으니 지속 가능한 AI복지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통신비를 줄여주고, 공짜 AI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지속적으로 전국민 디지털 기기·AI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나라를 만드는데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이제 전 국민이 누구나 AI를 잘 이용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를 위한 AI시대 디지털복지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소득과 연령, 장애, 거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AI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복지 정책의 틀거리를 정부가 고민하고 내놔야 한다.

제값받고 시장에서 팔릴 AI모델을 만들고,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서비스 경쟁을 유인할 수 있는 AI산업정책과 디지털복지정책이 양대 축으로 운영될 때 우리 정부가 주창하는 AI 3강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기기와 통신 접근성부터 AI 이용료, 교육, 실제 활용까지 지원 범위를 정부가 주도해서 설계해야 한다. 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찾아 안내하고 지원하는 방법도 갖춰야 한다. AI를 이용할 기회가 없는 국민을 찾아내고, 그 기회를 만드는 일까지 국가의 전략에 포함해야 한다.

재원도 정부가 책임있게 설계해야 한다. 공공예산을 기본으로 통신회사와 플랫폼 기업, AI 사업자 등 산업계가 기준에 맞춰 디지털복지에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틀을 정부가 제안했으면 한다.

디지털복지의 부담을 특정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으로 축소하면 안된다. 디지털 접근성을 넓히는 것은 기업들의 선의에 기댄 혜택이 아니라 산업 이용자와 시장을 키우는 투자다. 기업들은 투자하고, 정부는 디지털복지의 밑그림을 그려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시장을 키워 기업에게 투자의 기회를 주고, 디지털복지는 정부가 책임지는 디지털복지 정책이 완성됐을 때 국민은 'AI 3강'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mail protected]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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