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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안 했다고 예산 삭감" 측근 감싸던 다카이치, 첫 장관 낙마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농림수산상 취임 한 달 못 채우고 사임
예산 보복 발언에 선거법 위반 의혹
닛케이 "위기관리 허술"…감세 법안도 부담

지난 14일 사임 발표하는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 출처=연합뉴스
지난 14일 사임 발표하는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예산 보복' 발언과 선거법 위반 의혹에 휩싸인 측근 장관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지역의 도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발언한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사실상 경질된 것이다. 다카이치 내각의 첫 각료 낙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야나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달 17일 개각에서 처음 입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다. 총리는 "국회 심의와 농림수산 행정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임명 책임을 인정했다.

발단은 지난 5월 지역 자민당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야나는 도치기현 나스카라스야마시와 나카가와정의 올해 도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말했다. 두 지자체의 단체장은 2월 중의원 선거에서 경쟁 후보를 지원했다. 자신을 돕지 않은 지역에 예산으로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야나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지만 실제 예산 삭감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보복성 삭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국토교통성에 해당 지역의 도로 예산을 문의한 사실이 거론되면서 예산 배분의 공정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니구치 마사키 도쿄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정치적 보복으로 행정을 왜곡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내각 차원의 검증을 요구했다.

거취에 결정적인 부담이 된 것은 선거법 위반 의혹이었다. 야나 측은 과거 중의원 선거에서 지지자들을 셔틀버스로 무료 수송했다. 유권자에 대한 이익 제공을 제한한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다.

야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확인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선관위는 문의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문의 내용이 적법성보다 비용의 회계 처리 방식이었을 수 있다며 답변을 바꿨다. 전화로 투표를 독려한 선거운동원에게 보수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논란 초기 "일해서 성과로 보답하라"며 유임을 고수했다. 야나는 옛 아베파 정치자금 미기재 문제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총리가 농정 전문성을 평가해 발탁한 인사다. 선거 유세에서 "나의 지혜주머니"라고 치켜세울 만큼 가까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가 자신의 인사 판단을 뒤집는 데 부담을 느낀 점을 대응 지연의 배경으로 짚었다. 이 신문은 총리 측근을 인용해 "초기 대응의 실수다. 상처를 작게 하려다 더 깊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총리에게 권한이 집중된 반면 내부 견제는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한 전직 관료는 아사히에 "'모두 총리가 결정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문제를 지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 업무도 차질을 빚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농림수산성 직원들은 의혹 대응과 국회 답변 준비에 매달렸고 수해 지역 시찰도 취소됐다. 야당은 쌀값 등 주요 농정 현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장관의 해명에 밀렸다고 비판했다.

향후 부담은 참의원에서 커질 수 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참의원에서 과반 의석이 없다. 야당 10개 교섭단체는 야나가 사임하지 않으면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닛케이는 "결의안 가결에 따른 국회 심의 차질 우려가 총리의 사임 수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사태로 결집한 야당이 소비세 감세 관련 법안과 중의원 정수 감축 법안 처리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민주당에서는 야나의 사임을 감세 법안 심의의 전제로 내세웠다. 장관 교체 이후에도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정치인의 개입으로 예산 배분이 자의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추가 심의를 요구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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