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선거 급한 美 트럼프, 다시 러시아에 '당근'...우크라에 '채찍'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트럼프 정부, 9일 러시아 경유 제재 풀더니 해외 자산 동결 해제 건의
유럽 측은 큰 충격, 美 제안 즉시 거절
11월 선거 앞두고 종전 성과 급한 트럼프,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 압박
13일에는 우크라에 제공하던 美 위성인터넷 신호 장애
우크라 젤렌스키 "美, 중립 지키려면 끝까지 중립 지켜야"
트럼프 행보에 배신감..."트럼프가 다른 편에 설 때마다 고통"

지난 2024년 2월 2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아브디이브카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선에서 사용할 '스타링크' 인터넷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4년 2월 2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아브디이브카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선에서 사용할 '스타링크' 인터넷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또다시 러시아에 '당근', 우크라이나에 '채찍'을 꺼내들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트럼프가 다른 편을 골랐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유 제재 풀더니 해외 자산까지 반환 검토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미국 대표단이 지난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상단과 만나 러시아 동결 자산을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인 평화협상 조건 중 하나로 해당 제안을 꺼냈다. 이어 동결이 해제된 러시아 자산을 미국 정부가 감독하는 새로운 특수목적금융법인(SPC)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포함해 몇 가지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언급했다.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해외에 있는 약 2600억유로(약 391조원) 규모의 러시아 국유 자산을 동결했다. 대부분은 유럽연합(EU)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담보로 주요 7개국(G7) 국가들로부터 450억유로(약 68조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유럽 국가들은 이자를 우크라이나에 지급하는 대신 법적인 문제를 감안해 러시아 원금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 현지 관영 매체를 통해 "몰수된 자산을 되찾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과 재판, 사법 절차를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당시 마이애미 회동에 참석했던 유럽 대표단은 미국의 제안에 큰 충격을 받은 동시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졌다. 미국은 이외에도 지난 9일 마이애미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보 공유를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10~11일 유럽 각국과 우크라이나에 전화를 걸어 정유시설 공격이 계속되면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 구매를 막겠다고 통보했다.

최근 경유 가격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트럼프는 지난 9일에도 러시아의 경유 수출 제재를 일시 해제하면서 나라 안팎의 비난을 샀다. 그는 동시에 제재 해제를 반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스타링크 신호 장애, 젤렌스키 "파트너 잃어 안타까워"
트럼프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정보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는 13일 밤부터 미국 스페이스X가 제공하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갑자기 특정 속도에서 신호가 끊기는 장애 현상을 일으켰다. 해당 서비스로 무인기(드론) 작전을 수행하던 우크라이나 측은 작전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소유·통제하는 상업용 서비스"라며 "스타링크는 민간 활동이나 방어적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고 군사 공격 작전에는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동시에 '스타실드'를 언급했다. 스타실드는 민간용 스타링크와 달리 2022년에 출시된 군대·정부를 위한 서비스다. 같은 스페이스X 위성들을 사용하지만 운영 방식이 다르다. 머스크는 "스타실드 시스템은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한다"며 "속도·사용에 대한 모든 제한은 미국 군 당국과, 최종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14일 보도에서 이번 신호 장애가 트럼프 정부 의도적인 조치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종전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심했다.

한편 젤렌스키는 14일 영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우리 편이 아닌 다른 편을 선택할 때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지켜도 괜찮다며 "가운데에 있으려면 끝까지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러시아 경유 제재 완화에 배신감을 느꼈냐는 질문에 "솔직히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내 감정이나 기분의 문제보다 좀 더 복잡한 사안"이라며 "우리가 강력한 파트너를 잃는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가운데 다른 곳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가운데 다른 곳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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