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경찰·회계사 한 조직에…검사동일체 없이 수사체계 구축 가능할까
검사동일체 원칙 없는 새 수사조직, 지휘체계 혼선 우려
중수청 측 "상명하복식 수사 바람직하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에 따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장 공백 등이 이어지면서 조직 운영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비롯해 경찰관, 변호사, 회계사 등 서로 다른 경력과 업무체계를 가진 인력이 한 조직에서 수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지휘·감독 체계와 인사 운영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기존 검찰과 달리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조직으로, 다양한 직군의 전문인력을 충원해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출신별로 수사 경험과 업무 방식이 다른 만큼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할 지휘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쟁점은 기존 검찰의 검사동일체 원칙과 구별되는 수사지휘 방식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쉽게 말해 검사들이 상명하복 관계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유기적으로 활동한다는 의미다. 검찰 조직의 지휘·감독 관계와 관련된 개념으로 중수청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관들이 사건의 방향이나 증거 판단을 놓고 이견을 보일 경우, 최종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 소재를 두고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경제·부패범죄처럼 수사 기간이 길고 전문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사건에서는 수사관 간 협업과 지휘체계가 수사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적절히 조정되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사제도 역시 과제로 꼽힌다. 중수청은 본청과 6개 지방청을 포함해 총정원 2874명 규모로 출범했으며, 이 가운데 수사관 정원은 2567명이다. 수사관은 1급부터 9급까지의 계급체계를 적용 받는다.
검찰청 소속 검사와 검찰 수사관은 희망할 경우 별도의 시험 없이 중수청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해당 특별임용 특례는 내년 4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검사 출신의 경우 종전 보직과 법조 경력에 따라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평검사는 3급, 10년 미만 평검사는 4급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경찰관과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은 경력경쟁채용을 통해 충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출신별 경력 인정과 보직 배치, 승진 기회 등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조직 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식 상명하복 체계가 수사 효율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중수청 관계자는 "상명하복 구조가 (현시대의 수사체계에서) 옳은 거냐"고 반문하며 "가장 잘 아는 것은 실무진이다. 그걸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어떤 지시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 등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검찰의 지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다만, 인사제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체계 등이 아직 정비가 안 된 건 사실"이라며 인사교류 방식과 인사 주기 등 일부 운영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인력 충원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도 제도 정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도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책임수사제 도입과 조직 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담당 수사관이 사건 송치에 그치지 않고, 기소와 유죄 여부까지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장기미제 사건 관리와 수사관에 대한 상벌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만큼, 특정 세력이 주도하지 않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다만, 수사기관의 특성상 내부 기강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중수청의 과제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하나의 수사조직으로 통합하면서도 지휘권과 수사관의 자율성 사이에 균형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김 후보자가 제시한 책임수사제와 상벌 강화 방침이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외부 인력 충원에 맞춰 지휘·감독 절차와 인사 운영 기준을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조직의 안정적인 정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