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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녹아내린다"…원인도 모른 채 번지는 '치명률 70%' 감염병, 2년새 4배 급증 [건강잇슈]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희귀한 뇌곰팡이에 감염된 67세 남성 환자의 MRI 사진. 출처=뉴욕포스트
희귀한 뇌곰팡이에 감염된 67세 남성 환자의 MRI 사진. 출처=뉴욕포스트

[파이낸셜뉴스] 감염 시 뇌 조직을 손상시켜 최대 70%의 치명률을 보이는 희귀 곰팡이 감염증이 최근 미국 내에서 급증하고 있어 보건 당국이 경고에 나섰다. 특히 면역력이 정상인 일반인에게도 발병하며,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뇌 농양 유발해 시력·기억 상실…치명률 최고 70%

15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 흙과 부패한 유기물에 서식하는 암갈색·흑색 진균인 '클라도피알로포라 반티아나' 감염 사례가 최근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곰팡이는 주로 포자를 호흡기로 들이마시거나 피부의 열린 상처를 통해 침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혈류를 타고 중추신경계로 이동한 진균은 뇌에 안착해 괴사 조직과 고름으로 이루어진 농양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뇌가 붓고 뇌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며, 시력 장애, 언어 장애, 기억 상실 등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자의 치명률은 최대 70%에 달한다.

2년 새 4배 급증…검사 표본 대비 검출률 210% 상승

CDC 집계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미국 내에서 확인된 C. 반티아나 감염 사례는 총 48건(추정 1건 포함)이다.

연간 1~5건에 불과하던 감염 보고는 2024년 8건, 2025년 14건으로 2년 만에 약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체 환자의 88%는 뇌 조직 검체에서, 12%는 폐 조직 검체에서 검출됐다.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6건), 플로리다(5건), 텍사스(5건), 펜실베이니아(4건) 등 21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워싱턴대학교 의대 진균 연구소의 데이터에서도 2017~2023년 신경계 검체 1000건당 평균 8.4건이던 검출률이 2025년 26건으로 210% 급증했다. 연구를 이끈 조슈아 리버만 박사는 "현재 국가 차원의 감시 체계가 없어 실제 발병 건수는 보고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한 사람'도 예외 없어…초기 오진 위험 높아

통상 곰팡이 감염은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기회감염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 감염자의 약 절반은 기저질환이나 면역 저하 병력이 전혀 없는 '건강한 성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진단과 치료도 까다롭다. 초기 증상이 뇌종양과 유사해 오진되기 쉬우며, 정확한 원인균을 확인한 뒤 수술적 제거와 강력한 항진균제 투여를 병행해도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실제 사례 중 최적의 치료를 받은 44세 환자 역시 확진 3개월 만에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과거 고온다습한 열대·아열대 지역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C. 반티아나는 점차 서식지를 전 세계로 넓히고 있다. 실제로 1900년 이후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22년 프랑스에서도 해당 감염 사례가 급증한 바 있다.

기온 상승은 진균 병원체가 번식하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뿐 아니라, 인간의 체온(36.5°C)에 적응하지 못하던 곰팡이들이 높은 온도에 내성을 갖도록 변이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외 작업이나 흙을 만지는 활동 시 상처 부위 보호와 호흡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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