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경고등 켜졌는데 고용은 정체… 금리정책 딜레마
휘발유·경유가격 급등 여파 확산
9월 CPI 3.7% 올라 예상 웃돌고
베이지북도 '경유' 21차례나 언급
고용은 '저채용·저해고' 이어져
연준, 물가안정 vs 경기부양 고민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에서 경유 가격 급등이 물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시장 예상치(3.6%)를 웃돌았다. 같은 날 공개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0월 베이지북은 기업들이 경유발 비용을 공급망 전반에 전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은 정체된 가운데 물가 압력만 커지면서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CPI 3.7%…근원물가도 상승
미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9월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8월(3.4%)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연준의 물가 목표(PCE 기준 2%)와도 격차가 크다.
직접적인 동력은 휘발유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휘발유 가격이 9월 한 달 9.1% 올라 월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목할 대목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다.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예상치(0.2%, 2.5%)를 모두 웃돌았다. 에너지 비용이 다른 품목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같은 날 발표된 10월 베이지북은 물가 압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보고서에서 높은 경유 가격에 대한 언급은 21차례 등장했다. 직전 보고서의 2차례에서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2월 말 대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조사에서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
연준 관할 12개 지역 가운데 3곳은 물가 상승세가 강하다고 평가했고 8곳은 보통 수준, 1곳은 소폭 상승이라고 밝혔다. 보통 수준인 8곳 중 3곳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댈러스 연은은 "경유 가격 상승은 기업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언급됐다"며 "화물운송과 농업, 항공 운임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여러 산업의 이익률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휘발유와 경유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르다.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에서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물가를 높인다. 반면 경유는 화물트럭과 농기계 등 산업 전반에서 쓰인다.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를 거쳐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9월 CPI가 이미 나타난 물가 상승의 결과라면 10월 베이지북은 기업들이 추가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관세와 원자재 가격, 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 물가는 오르는데 고용은 정체
물가 압력과 달리 성장 동력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지역 중 9곳에서 경기 활동이 소폭에서 완만한 수준으로 늘었고 3곳은 변화가 없었다. 기업들은 대체로 앞으로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성장 폭은 제조업 중심으로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시장에서는 신규 채용과 해고가 모두 적은 이른바 '저채용·저해고' 현상이 이어졌다. 대규모 해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5개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퇴사자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채용을 미루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었다. 9월 임금 상승률은 연 3%로 물가 상승률(3.7%)을 밑돌았다.
고금리는 주택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7.5%로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정체된 고용과 위축된 주택시장에 부담이 더해진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의 영향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할 위험을 안게 된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올려 연 3.75~4.00%로 끌어올렸다. 2023년 7월 이후 첫 인상이었다. 금융시장은 이날 CPI 발표 이후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확률을 약 37%로 반영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경제지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