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회복 기다리다 두둑해진 엔화통장
5대銀 엔화예금 1조1708억엔
슈퍼엔저에 저가 매수 수요 증가
원·엔 환율 추가 하락 배제 못해
환전 시점 두고 고민 지속될 듯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은행의 엔화예금이 늘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수요와 함께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엔화의 원화 환전을 늦추는 움직임도 예금 증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엔 환율이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어 환전 시점을 둘러싼 고민은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3일 기준 엔화예금 합산 잔액은 1조1708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8795억엔보다 2913억엔(33.1%) 증가한 규모다.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6월 9000억엔대로 반등한 이후 7월에는 1조엔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1조1000억엔을 넘기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달에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5개월 연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엔화예금 증가의 배경으로는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 수요가 꼽힌다. 같은 원화로 살 수 있는 엔화가 늘면서 향후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거나 여행·결제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매매기준율은 지난 13일 100엔당 842.30원으로, 2008년 1월 2일(838.20원) 이후 18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00엔당 1620.76원까지 올랐던 2009년 3월 3일과 비교하면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아울러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에는 엔화 약세가 원화 환전을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엔화로 수출대금을 받는 기업은 원·엔 환율이 내려갈수록 같은 대금을 원화로 바꿨을 때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 당장 원화가 필요하지 않다면 엔화예금에 넣어두고 환율 회복을 기다릴 수 있다.
또 향후 엔화로 지급할 수입대금이나 갚아야 할 차입금이 있는 기업은 수취한 엔화를 그대로 보유해 결제에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환차익이나 환율 회복을 기대하며 엔화를 쌓아둔 개인과 기업의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엔저가 장기화하면 환전 시점을 미루는 데 따른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임환열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이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상향과 수출 호조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