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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의 北 포로 한국 송환' 폭로로 한국 정부 대북·대러 전략에 차질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우크라, 조용한 해법 필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뉴시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포로들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대러 외교 전략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미국 주요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5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최근 발생한 한-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마찰과 관련해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당초 양국 간 비밀로 붙이기로 한 합의를 위반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한-우크라 양국 간 외교적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된 상태다.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 담당 부조정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가로막을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시점에 북한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일러 고문은 이어 "이 대통령은 러시아도 자극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이전 상태로 복원하길 원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폭로로 인해 이러한 접근 방식이 어느 정도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국장 역시 이번 공개가 북한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이번 일로 김정은이 느꼈을 굴욕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단순한 일반 탈북자가 아닌 (북한 영웅 서사의 일부인) 군인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엔총회 무대에서 공개되는 바람에 사안이 커졌고, 이 대통령이 강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강한 분노를 표출한 배경으로 '대러시아 장기 전략'을 꼽았다. 차 석좌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물자를 공급해 왔지만, 동시에 언젠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재개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다시 가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에너지 안보 측면도 강조했다. 차 석좌는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하며, 중앙아시아와 흑해를 통하는 경로를 확보하려면 러시아와 최소한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차 석좌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한국의 복잡한 내막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그는 "북한을 겨냥한 일종의 심리전이자, 러시아를 돕는 북한에 대가를 치르게 하고 우방국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조속하고 조용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사일러 고문은 "이 문제를 오래 끌수록 북한은 대응 압박을 받게 되며, 며칠 내 해결되지 않아 북한이 반응을 내놓는다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 석좌 역시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다투는 것은 물밑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음을 지적했다.

한편 챈릿-에이버리 국장은 최근 북한의 군인 파병과 러시아 군인의 북한 내 요양 등 북·러 밀착에 대해 "양국 관계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일종의 공산주의 형제애로 발전했다"며 "이러한 구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국가 간 진영 구도가 굳어짐에 따라 향후 진보 정부 아래에서도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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