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려낸 신문, 나무에 그린 어머니…아르코 소장품에 남은 시대 [fn 아트스냅]
아르코미술관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개막
작가 60명 70점…1970~2000년대 흐름 조명
미술대전 수상작·미발표작…12월 6일까지
신문 지면 곳곳에 빈자리가 뚫려 있다. 기사는 잘려나가고 광고와 사진만 남았다. 성능경의 '신문: 1974년 6월 1일 이후'(1974)다. 정보를 전해야 할 종이 위의 빈칸이 당시의 언론 검열을 돌아보게 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은 작품에 쌓인 한국 현대미술의 시간을 펼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운영하는 이 미술관의 소장품 420여점 가운데 작가 60명의 작품 70점을 선보인다. 소장품전을 여는 것은 2008년 이후 18년 만이다.
■한지와 신문에서 나무·영상까지
전시는 작품 제작 시기를 따라 1970~2000년대를 10년 단위로 나눴다. 1970년대 공간에서는 한지를 활용한 권영우의 '작품 78-76'(1978)과 성능경의 작업이 서로 다른 실험의 방향을 보여준다.
성능경은 1974년 '제3회 ST전'에서 신문을 벽에 붙이고 면도날로 기사를 잘라냈다. 전시된 신문은 이 행위가 남긴 결과물이다. 일상의 사물과 행위가 미술의 재료로 들어온 흔적이다.
1980년대에는 민정기의 '풍요의 거리'(1981), 박생광의 '이조'(1980) 등을 통해 민중미술과 한국화의 변화를 살핀다.
1990년대의 윤석남은 '어머니 1: 열아홉 살'(1993)에서 나무에 아크릴릭으로 인물을 그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는다. 신학철의 '한국현대사 802'(1994)도 이 시기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2000년대에 이르면 김을의 '드로잉하는 기계'(2006), 함양아의 영상 '제주도의 비너스'(2004) 등으로 표현 방식이 넓어진다. 한 시대를 하나의 화풍으로 묶기보다 서로 다른 작업이 나란히 전개됐음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소장품에 남은 지원의 역사
1974년 미술회관으로 출발한 아르코미술관은 저렴한 대관료로 청년 작가와 미술단체에 발표 공간을 제공했다. 전체 소장품의 약 65%인 275점이 개관 이후 1980년대까지 수집됐다.
아르코와 그 전신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대한민국미술대전을 주최·후원하던 1982~2006년 기증받은 수상작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2000년대에는 자체 기획전이 늘면서 전시와 연계한 작품 구입이 활발해졌다.
이번 전시에는 이기봉의 '날 것—흰 수건이 있는 자리', 강애란의 '생-II' 등 미술대전 수상작 20여점이 포함됐다. 박생광의 '이조', 김구림의 '음양 99-S, 207' 등 미발표작 10여점도 공개한다.
차승주 큐레이터는 15일 간담회에서 소장품 중에는 익숙한 대표작과 다른 작업도 있다며 "작가들의 다양한 경향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작품 곁에는 작가들의 전시 참여 이력과 동인 활동, 미술관의 주요 전시 기록을 배치했다. 별도의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한국화·판화·조각·공예 등을 연구한 외부 연구자 6명의 성과를 공유한다. 연구 결과는 미술관 홈페이지에서도 디지털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12월 6일까지.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연구 성과 공유회와 어린이·시니어 워크숍도 열린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