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1%p 인상안에도 '학교예산 잠식' 우려… 전국 교육감 제주서 공조
미래대응기금 선확보에 재정 축소 우려
배분 원칙 법제화·학생 수 반영 조정
교원 보호·체험학습·신종 학폭 논의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교부율 인상 법안이 맞물린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기존 초·중등교육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을 경고했다.
16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전날 제주 그랜드조선 제주에서 '2026년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간담회'를 열고 교육재정 개편과 교원 보호, 학생 안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관했다.
핵심 쟁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산정 방식과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배분 문제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가가 거둔 세금 등을 재원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예산이다.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교육환경 개선 등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을 뒷받침하는 핵심 재원이다.
정부는 지난 8월21일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배분하는 기존 방식을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새 산정 방식은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의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한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적용하도록 설계했다.
정부는 기존 내국세 연동 방식과 새 산정 방식으로 계산한 교부금의 차액을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으로 전환해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줄어들면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교육감들은 기존 학교교육 예산의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 재원을 먼저 확보한 뒤 시·도교육청에 배분할 교부금을 산정하면 초·중등교육에 사용되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도 논의됐다. 개정안은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비율을 현행 20.79%에서 21.79%로 1%포인트 높이고, 어린이집을 교부금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교육·보육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에 필요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한 의원 측은 유보통합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가 5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협의회는 내국세 연동 원칙을 유지하고 유보통합에 대한 국가 재정 책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기금 조성과 교부금 산정 방식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기존 학교교육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교육감들은 정부 개편안의 학생 수 반영 비율을 조정하고 미래대응기금의 사용처와 재원 배분 원칙을 법률에 명시하도록 국회 설득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청에 이전하는 재정과 국가·지방 공동사업에서 교육청에 부담이 전가되는 문제도 중장기 개선 과제로 다루기로 했다.
제주교육에도 직접 연결되는 사안이다.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9월17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학생 수 감소만을 근거로 교육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공지능(AI) 교육 확대와 과밀학급 해소, 인건비 상승 등 학생 수와 별개로 늘어나는 교육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 개편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제주도교육청의 교부금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법률 개정과 세부 배분 기준에 따라 지역별 재정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개정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협의회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지하고, 신고 사건에 제출하는 교육감 의견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국가 차원의 교육활동 보호 전담기구 설치 등이 추진 과제로 제시됐다. 정당한 교육활동과 아동학대 행위를 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에 대한 교원의 책임 범위도 논의됐다. 협의회는 2023년 전남 목포에서 발생한 유아 사망사고와 관련한 교사들의 항소심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고, 학생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사고 책임이 인솔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신종 학교폭력인 이른바 '야차룰'에 대한 대응도 논의됐다. 야차룰은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격투하는 행위로, 당사자 간 합의를 내세우더라도 또래 집단의 압박이나 강요에 따른 폭력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격투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금품 갈취와 불법 베팅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협의회는 학교전담경찰관을 중심으로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심의기준 세분화, 유포 영상 삭제·차단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서울특별시교육감)은 교육재정과 교원 보호, 학생 안전 등 네 가지 의제가 공교육의 미래와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동 대응을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교육감들이 제주에서 제시한 과제는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학생·교원 보호를 법률과 제도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교부금 개편과 교육활동 보호대책은 아직 입법·협의 단계인 만큼 국회 심의와 정부의 후속 조치가 실제 정책 변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