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영상까지 나왔는데…학폭위 미루다 '멀쩡히' 국립대 진학한 가해자들
[파이낸셜뉴스]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국립예술고등학교 남학생들이 교육당국의 늑장 대처 속에 아무런 학교폭력 처분 없이 졸업해 국립대학에 진학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교육지원청이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결정을 미루다 학생들이 졸업하자 사건을 종결해 버리면서,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16일 교육계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월 27일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당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3학년이던 남학생 A씨와 B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6일 경기 안양시의 한 음악 연습실에서 동급생 C씨를 약 3시간 동안 성폭행하고, C씨의 의사에 반해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압수된 휴대전화 내 범행 영상 등을 분석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 징계 절차는 비정상적으로 표류했다. 피해자 측은 사건 직후인 지난해 6월 학교와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학교는 7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개최를 요청했다.
통상 교육부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폭위는 요청 접수 후 21일 이내 개최가 원칙이지만, 첫 심의는 신고 약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28일에야 열렸다. 그마저도 학폭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처분 결정을 유보했다.
이후 경찰이 두 학생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피해자 측은 이튿날 곧바로 교육지원청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재심의는 송치 69일이 지난 올해 4월 6일에야 열렸다. 이어 교육지원청은 일주일 뒤인 4월 13일 "두 학생이 이미 학교를 졸업해 조치를 집행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최종 종결했다. 피해 신고부터 종결까지 291일이 걸렸지만 처분 결과는 '조치 없음'이었다.
결국 가해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교폭력 관련 징계 기록이 일절 남지 않았고, 이들은 입시 과정에서 어떠한 감점이나 불이익도 받지 않은 채 올해 서울과 지방 소재 국립대에 각각 진학했다. 이 중 1명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 학생 측 1명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양측 주장이 엇갈려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 송치 후 약 2주 뒤 졸업식이 예정돼 있어 물리적으로 조치를 확정하기에 일정이 촉박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안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편장완 한예종 총장에게 중대 성폭력 혐의를 받는 학생의 재학 사실을 지적하며 징계 필요성을 따져 물었다. 이에 편 총장은 "성폭력 가해 사실이 인정될 경우 학칙과 규정에 의한 절차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가해 학생이 고의적인 심의 지연이나 졸업 시점을 악용해 처분을 회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학폭위 법정 기한 준수를 강제하고 졸업 이후에도 처분을 소급·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