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들, 수업 땐 치마 입어라"...간부들 지적에 北 "학생 복도 세워두고 옷 갈아입어"
[파이낸셜뉴스] 북한 당국이 '학교지원월간'을 명분으로 기관·기업소 간부들의 방문에 맞춰 여성 교원들에게 치마 착용을 강요해 현장 반발을 사고 있다. 수업 직후 농촌 동원에 강제 차출되는 열악한 실태는 외면한 채, 당 간부 의전에만 급급한 전형적인 전시성 행정이 교원들의 원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함경남도 함흥시 당위원회는 이달 초 시내 일부 학교를 시찰한 뒤 여성 교원들의 복장을 문제 삼아 학교 측을 강하게 질책했다. 당시 학교를 찾은 시당 간부는 교원들이 바지 등 작업복 차림으로 수업에 나선 것을 두고 "옷차림이 한심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원들은 수업 후 예정된 농촌 동원에 투입되기 위해 미리 편한 복장을 갖춘 상태였다.
시당의 질책 이후 각 학교에는 "수업 중에는 반드시 치마를 입으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학교지원월간을 맞아 지원 기관과 기업소 간부들의 방문이 잦은 만큼, 당의 교원으로서 단정한 외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이다. 함흥시 성천강구역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교장은 여교원들에게 "간부들이 드나드는 지금만이라도 치마를 입어달라"고 사정조로 당부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규 수업을 마친 교원들은 즉시 농촌 일손 돕기에 강제 동원돼 다시 작업용 바지로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내에 마땅한 탈의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일부 교원은 학생들을 복도에 세워둔 채 빈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도 거세다. 학교지원월간은 기관과 기업소가 자매결연 학교를 찾아 교육 물자를 지원하도록 독려하는 북한식 관제 사업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기자재 지원이나 교육 여건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망가진 책걸상 수리비조차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등 간부들의 '방문 실적 채우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실질적인 교육 지원은 전무한데 간부들 눈높이에 맞추라며 복장 단속으로 교원들을 들볶고 있다"며 "'차라리 이런 지원월간은 없는 편이 낫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서 교육 환경 개선의 책임을 사회적 지원과 강제 동원에 떠넘기면서, 여전히 낡은 사상 통제와 권위주의적 의전 관행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