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뛰어도 지방은 적자' 日 골프장, 한국·대만 손님 모신다
내수 줄자 해외 골퍼 유치전
한국인엔 저가 체류형 상품
대만 부유층엔 온천·관광 결합
고객 늘린 골프장은 객실 증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 골프시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인기 코스는 회원권 가격이 치솟는 반면 일부 지방 골프장은 경영난으로 폐장을 결정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국내 고객만으로는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 지방 골프장들은 한국·대만 등 해외 골퍼 유치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인 대상 저가 체류형 상품으로 고객을 늘린 골프장이 등장했고 지자체도 아시아 부유층을 겨냥해 골프와 온천·관광을 묶은 상품 개발에 나섰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간토골프회원권거래업협동조합이 집계한 주요 150개 코스의 평균 회원권 가격은 305만엔(약 2583만원)대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소비세 표시 방식 변경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19년 말보다 약 80%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직접 골프를 즐기려는 개인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가격 상승세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닛케이는 도심에서 접근하기 좋은 일부 골프장에 인기가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사쿠라골프 자료를 토대로 지역별 회원권 가격 변동률의 중앙값을 비교하면 도쿄는 2019년 말의 2.7배, 야마나시는 2.3배로 올랐다. 반면 눈이 많이 내려 이용 기간이 짧은 야마가타와 아오모리는 약 40% 하락했다.
일부 코스의 인기 회복에도 골프 인구는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본 골프 인구는 약 500만명으로 정점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주 고객층인 베이비붐 세대도 고령화로 골프를 그만두고 있다. 지방에서는 줄어드는 고객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이용료를 올리기 어렵지만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회원권 시세 상승으로 이를 만회하기도 어렵다. 기존 회원권 거래대금은 매도자에게 돌아가고 골프장은 주로 이용료와 연회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골프장의 약 4분의 1은 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치기현 야이타 컨트리클럽도 2027년 말 폐장을 예고했다. 골프장 측 대리인은 지방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이용료를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골프장 중에는 해외 수요를 끌어들여 시설 투자에 나선 곳도 있다. 같은 도치기현 나카가와마치의 '우구이스노모리 골프클럽&호텔 바토'다. 호텔과 온욕시설을 갖췄지만 우쓰노미야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20분이 걸리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떨어져 수년 전까지 경영이 녹록지 않았다.
운영사 일본녹지개발은 2023년 일본 내 다른 골프장과 제휴 실적이 있는 한국계 기업과 손잡았다. 유치 초기에는 골프와 1박·세 끼 식사를 묶은 요금을 약 1만엔(약 8만4700원)으로 책정했다. 제휴기업은 한국 자회사를 통해 판촉에 나섰다.
한국보다 저렴한 이용료에 나리타·이바라키공항을 오가는 셔틀을 더해 현지 이동 부담도 낮췄다. 영업지배인은 저가 항공권을 이용하면 충분히 비용상 이점이 있도록 상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고객 중 방일 외국인 비중은 2024년 약 30%에서 2025년 60%로 높아졌고 전체 고객 수도 약 30% 늘었다. 골프장 측은 투자 여력이 생겼다며 2027년 객실 10개 규모의 새 숙박동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프장의 해외 고객 유치를 지역 관광사업으로 확대하려는 지자체도 있다. 도치기현 나스시오바라시는 지난 8월 시내 골프장 3곳과 온천 숙박·관광을 결합한 3박4일 모델 투어 계획을 발표했다. 가격은 1인 약 30만엔(약 254만1000원)으로 잡았다.
저가 체류형 상품과 달리 주요 대상은 아시아 부유층이다. 시는 도치기현을 찾는 외국인 중 비중이 가장 큰 대만 관광객을 우선 공략하고 2027회계연도 판매를 시작해 첫해 20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와 지역 관광·스포츠 단체가 기획을 주도하고 운영은 나스시오바라시 관광국이 맡도록 했다.
시는 골프 관광으로 평일·비수기 숙박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관광객은 골든위크와 여름휴가, 단풍철에 몰리지만 해외 골퍼는 성수기 사이에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온천 숙박과 주변 관광을 일정에 포함해 골프장 밖 소비도 늘릴 계획이다.
다만 고객 증가를 지역 상권의 매출로 연결하려면 교통편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인 유치에 성공한 나카가와마치의 외국인 연인원 숙박객은 2023년 1451명에서 2025년 1만7618명으로 약 12배 늘었다. 이 중 98%가 한국인이지만 골프장에서 마을 중심부를 오갈 교통수단은 부족하다. 차로 15~20분 거리인데 직행 노선버스가 없고 택시회사도 한 곳뿐이다. 골프장이 자체 송영을 하고 있으나 인력 부담 때문에 확대하기 어렵다.
일본골프투어리즘추진협회의 엔도 이사는 "행정 주도로 시작하더라도 민간이 운영을 맡아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방일 부유층은 여러 지역을 넓게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지역과의 연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