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이 폭락장에 '빚투'… 저점매수 노린 마통잔액 1조6335억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상승 전환
증시 급락 후 반등 기대 수요 반영
시중銀 PB창구에 관련 문의 쇄도
전문가들 차입금 활용 투자 경계
손실·이자부담 동시 확대 '우려'
외인 수급 등 불확실성 확인해야

이 폭락장에 '빚투'… 저점매수 노린 마통잔액 1조6335억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사이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이달 들어 1조6300억원 넘게 불어났다. 9월 급감했던 신용대출 잔액도 지난주 1조5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긴 투자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반등을 노린 빚투가 투자 손실과 이자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불어난 마통 잔액..저가 매수 수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6053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42조9718억원)보다 1조6335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시 낙폭이 커지면서 마통 잔액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코스피가 지난 8일 종가 6625.93에서 15일 5554.22로 4거래일 동안 16.17% 하락하는 사이 마통 잔액은 43조502억원에서 44조6053억원으로 1조5551억원 늘었다. 특히 14일에는 전날보다 5253억원 늘어난 44조4771억원을 기록하며 44조원을 넘어섰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증시 낙폭이 커진 시기에 집중적으로 불어났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7122억원으로 9월 말(108조2303억원) 대비 1조4819억원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가 6000선 초반까지 밀린 지난 14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8일 대비 1조4510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증시 급락 이후 반등을 기대한 저가 매수 수요가 신용대출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주가 하락을 기회로 본 저가 매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도 주식시장이 단기 조정을 받을 때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등 노린 빚투 경계"

시중은행 PB 창구에서는 투자 대기자금의 투입 시점을 묻는 상담과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 대응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윤지영 하나은행 서교동지점 PB부장은 "최근 시장 조정 이후 저가 매수를 기다리는 자금이 늘어난 모습"이라며 "PB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둔 기존 투자 대기자금을 활용해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PB들은 대출을 활용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 반등을 노려 빚을 내 투자했다가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투자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윤 PB부장은 "금리 흐름과 겨울철 에너지 가격 변동성, 미국 중간선거 전후 정책 변수 등을 고려하면 지금이 저가 매수 시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투자 기간과 자금 여력을 고려해 분할매수하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마이너스통장 등 차입금을 이용한 투자는 이자 부담과 추가 하락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과 외국인 수급, 지정학적 위험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업의 향후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 전문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는 상황에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주말 새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월요일 장에서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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