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사업 3분의 2 ‘AI·HPC’로 채운다
올해 28%… 2029년까지 66%로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일괄 공급’
삼성전자가 오는 2029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3분의 2를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분야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HPC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첨단공정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한번에 제공하는 '일괄 공급' 역량이 신규 고객 확보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서 HPC 부문 비중은 독립사업부로 출범한 2017년 5%에서 올해 28%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2029년까지 이 비중을 66%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체 고객사 가운데 HPC 고객사 비중도 2029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PC는 AI 가속기(칩),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서버와 같은 고성능 시스템·컴퓨터를 말한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이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와 연산용 반도체가 더 많이 필요해지는 만큼, HPC 고객 확보가 파운드리의 주요 성장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TSMC의 3·4분기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TSMC는 지난 15일(현지시간) 3·4분기 순이익이 7631억대만달러(약 31조6200억원)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HPC 사업 부문 매출이 전체의 68%를 차지하면서 실적개선의 일등 공신을 차지했다. HPC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2021년 3·4분기 37%에 그쳤지만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확대됐다. 반대로 스마트폰 부문은 같은 기간 44%에서 21%로 낮아지면서 최대 매출처가 스마트폰에서 HPC로 전환된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첨단공정을 앞세워 AI·HPC용 반도체 양산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4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AI·HPC용 신제품 양산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세공정 로드맵도 HPC 고객 확대에 맞춰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2028년 2나노 3세대 공정인 SF2P를 양산하고, 2029년에는 1.4나노 공정인 SF1.4 양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HPC 고객 확보에 강점으로 꼽힌다. AI 연산용 반도체 생산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이들 칩을 연결하는 패키징까지 한번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의 이러한 일괄공급 역량이 고객사의 공급망 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여러 외부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