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公 통합한다는데… 경제·효율성 검증은 '나중에'
정부, 내년 하반기 본격 통합 착수
"협상력·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
전문가 "취지 맞지만 공론화 먼저"
업무 전문성 달라 시너지 불분명
양기관 노조도 실익에 의문 제기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을 정했지만 경제적 실익과 자원안보 강화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안보 강화와 국제 협상력 제고를 내세워 통합 방침부터 발표한 뒤 이를 뒷받침할 경제성·효율성 검증은 후속 과제로 남겨둔 셈이다.
양측 노조도 통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정부가 통합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통합 방침 발표에 앞서 경제적 실익과 자원안보 강화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을 마치지 않았고, 관련 검토는 향후 세부 통합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현 단계에서 기관별 세부 이행방안과 관련한 별도의 용역자료 등은 없다"며 "향후 통합방식과 기능조정 범위, 방식 등을 구체화하면서 경제성·효율성 및 자원안보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후 재무구조도 자산·부채 승계 방식에 따라 달라져 현재로서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석유공사 역시 "통합에 따른 비용절감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자체 분석한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두 기관을 통합해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석유·가스의 탐사·개발 등 유사 기능을 묶어 전문성을 공유하고, 산유국 및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경영 정상화 필요성도 통합 논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두 기관의 통합은 과거에도 검토됐지만 추진 목적과 검토 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앞서 2016년 석유공사 구조개편 당시에는 △자원개발부문 민간 이관 △전문 자회사 설립 △가스공사로 자원개발부문 이관 △양 기관 전체 통합 등 4가지 대안이 검토됐다. 자원개발부문의 민간 이관이 우선적으로 고려됐고, 전체 통합에는 가스공사가 상장회사라는 점 등이 걸림돌로 거론됐다.
그해 구조개편은 석유공사의 재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과 정책 목적은 다르지만 가스공사의 상장사 지위 등 주요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에는 통합을 기본방향으로 정한 뒤 추후 효과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양측 노조도 통합의 실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스공사 노조는 성명에서 "조직의 규모가 커진다고 국제 협상력과 에너지안보가 자동으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해외 자원개발과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국내 천연가스 공급망 운영에는 각각 축적된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 노조 역시 양 기관의 업무특성과 전문성이 달라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통합 방식과 기능 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을 포함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통합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석유·가스 자원개발의 연계성을 고려해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전에 연구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통합 효과를 검증하고 공론화를 거쳤어야 한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공론화를 통해서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했지만, 그냥 통합하겠다고 발표가 먼저 나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송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