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있나" 서울→인천공항 택시 탔는데 '70만원' 바가지 요금, 더 큰 문제는...
[파이낸셜뉴스]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택시 부당요금을 신고해도 실제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여간 접수된 신고는 6400건이 넘지만, 실제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경우는 100건 중 3건에 불과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외국인 관광객의 택시 부당요금 신고는 총 6481건이다. 이 중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204건으로 3.1%가 전부다.
행정처분 유형별로는 경고가 17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전 자격 정지 26건, 자격 취소 2건이었다. 행정처분 대신 주의나 지도 교육으로 마무리된 신고는 1865건이었다. 서울시가 별도 처분 없이 자체 종결한 사례는 4368건으로 전체 신고의 67.4%를 차지했다.
특히 자체 종결 사유 가운데 '기타'가 3253건으로 74%를 차지했다. 신고 취소가 762건, 오인 신고가 271건, 요건 미비가 82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는 사실조사 과정에서 위반행위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개별 사정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종결한 사건을 '기타'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타'로 종결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신고 가운데 해당 사유로 종결된 비율은 2023년 38.8%에서 지난해 56.2%로 상승했고, 올해 8월 기준으로는 60.7%에 달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의 과다 요금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대만인 관광객 A 씨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까지 우버 택시를 이용한 뒤 통행료 6만6000원을 포함해 총 69만800원을 결제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A 씨는 처음 목적지를 서울역으로 설정했다가 이동 도중 인천공항으로 변경했다. 추가 요금은 앱에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 도착한 기사가 차량 내 카드 단말기를 이용한 별도 결제를 요구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했던 A 씨는 결국 요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구간의 일반 택시요금이 통행료를 포함해 7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A 씨는 "이 정도 금액이면 남한에서 북한까지 간 수준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당요금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포상금 제도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관련 조례를 개정해 외국인 관광객의 택시 부당요금 신고가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경우 신고자에게 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요금을 낸 관광객 본인도 신고를 통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행정처분이 이뤄진 신고가 204건인데도 포상금 신청과 지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행 조례상 익명 신고는 포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신고자의 성명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제출해야 한다. 포상금은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제기 기간이 지난 뒤 심사를 거쳐 분기별로 신고인이나 가족의 계좌에 지급된다. 그러나 단기 체류 외국인 관광객이 출국한 뒤 포상금을 신청하고 지급받을 수 있는 절차는 조례와 시행규칙에 마련돼 있지 않다.
포상금 제도에 대한 안내도 미흡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외국인 대상 택시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발표하고, 올해 1월에는 택시 영수증에 영문을 병기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국어 QR 신고제를 홍보했다. 서울 택시 7만1000대에 신고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외국어 누리집과 SNS를 통해 신고 방법도 안내했지만, 두 대책 모두 포상금 제도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모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택시 바가지를 신고해도 처분까지 가는 건 100건 중 3건뿐"이라며 "좋은 취지로 만든 포상금인데 외국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떠나는 관광객이 신청하기 어려운 절차를 그대로 두니 한 건도 쓰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처분 기준을 높인 만큼 이제는 증거가 분명한 신고가 실제 처분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 남았다"며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택시 기사가 함께 의심받는 일이 없도록 신고자와 기사를 모두 보호하는 처리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안가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