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관계성 범죄 4만3700여건 전수점검…스토킹·교제폭력 대응 살핀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19일부터 2주간 전국 시·도경찰청 점검
잇단 살인사건에 피해자 보호 실효성 논란
수사·모니터링·안전조치 등 대응 실태 확인

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스토킹과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이 관련 사건과 대상자 4만3700여건에 대한 전수점검에 나선다. 피해 신고 이후에도 강력범죄가 반복되면서 기존 수사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2주간 전국 시·도경찰청을 중심으로 '관계성 범죄 전수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대상은 총 4만3712건(명)으로 △수사 중인 사건 1만3560건 △모니터링 A등급 대상자 2만2057명 △현장 종결된 스토킹 신고 7046건 △안전조치 진행 중인 사건 1049건 등이다.

경찰은 지난 16일까지 점검 대상 파악을 마쳤으며 오는 30일까지 전수점검을 진행한다. 이후 다음 달 2일 점검 기간 전체 성과를 분석해 보고하고 같은 달 5일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점검 과정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직원 등에 대해서는 사기 진작과 업무성과 독려를 위한 포상도 실시한다. 경찰은 주요 점검 성과와 우수사례를 알리는 한편 점검단을 구성해 교차 점검을 진행하고, 추가로 확인된 미흡 사항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점검은 최근 서울과 제주, 충남,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른 강력사건을 계기로 관계성 범죄 대응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의 관리를 받던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앞서 해당 남성을 가정폭력 재발 위험성이 높은 A등급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기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지난달 30일 만료된 뒤 이달 6일 재신청이 이뤄졌으나 범행 당시에는 새로운 임시조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튿날 제주에서도 40대 여성이 과거 연인 관계였던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살해됐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교제폭력과 성폭력, 스토킹 등으로 최소 네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돼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지만 범행 과정에서 가해자가 이를 뜯어내면서 긴급신고로 이어지지 못했다.

충남에서는 지난 13일 50대 여성이 과거 연인 관계였던 60대 남성의 차량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경찰에는 해당 남성과 관련해 두 차례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월 스토킹 신고는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종결됐으며 6월 교제폭력 신고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경찰은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전북 전주에서도 지난 14일 70대 남성이 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앞서 가정폭력과 스토킹, 협박 등으로 경찰에 8차례 신고했다. 법원은 남성에게 접근금지와 연락금지 등 스토킹 잠정조치를 내렸고 경찰도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안전 확인을 진행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피해 신고나 보호조치 이후에도 강력범죄가 발생하면서 기존 피해자 보호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접근금지 조치의 공백과 반복 신고에 따른 재범 위험성 판단 및 보호조치의 한계, 피해자의 직접 신고에 의존하는 스마트워치의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중심으로 사건이 처리되는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스토킹 범죄는 2023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반면 교제폭력은 별도의 처벌법이 없어 단순폭행이나 협박 등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일선에 배포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하지 않고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사건이 종결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반복 신고 이력과 가해자의 재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피해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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