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원자로 부품 '숨은 손상' 찾는다
한양대·충남대·원자력연 연구팀, 정밀 평가 체계 구축
극한 방사선 노출 시 분자 구조 변화 규명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우주선이나 원수로·원자로에 쓰이는 고성능 고분자 소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 손상'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 표면에 금이 가지 않더라도 내부 분자 구조가 변해 발생하는 부품 결함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돼, 향후 우주·원자력 부품의 안전성 확보와 수명 예측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한양대학교 유기나노공학과 엄영호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 진형민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재기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극한 방사선 환경에서 고분자 소재의 내부 구조 변화와 기계적 물성을 종합 분석하는 '다중 스케일 물성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주항공이나 원자력 분야에 쓰이는 시아네이트 에스터(CE) 수지 등 고성능 열경화성 고분자 소재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방사선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표면에 뚜렷한 균열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내부 화학 결합이 깨지거나 재결합하는 등 복합적인 손상이 발생한다. 기존에는 표면 관찰이나 단일 물성 평가에 의존해, 소재가 내부부터 약해지거나 변형되는 과정을 정밀하게 알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활용해 CE 수지에 최대 6.2메가그레이(MGy)의 고선량 중성자·감마선 혼합 방사선을 조사했다. 전자현미경, 양전자 소멸 수명 분광법, X선 산란 분석, 나노압입시험 등 복합 분석 방식을 적용해 분자 단위부터 표면 형태까지 정밀 평가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방사선 노출에 따른 소재의 물성 저하는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약 2.1메가그레이를 전후해 열화 양상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조사량에서는 화학 결합이 부분적으로 파괴돼 강성이 떨어졌으나, 고선량 영역에서는 방사선으로 생긴 입자들이 다시 결합하면서 구조가 치밀해지고 기계적 강도가 일부 회복됐다. 전자현미경 등 일반적인 표면 관찰법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 손상 전환 시점을 분자·나노 수준에서 밝혀낸 것이다.
엄영호 한양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소재의 방사선 열화를 단순한 물성 저하가 아닌, 분자구조의 변화와 재구성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석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고분자 소재와 극한 방사선 환경으로 평가 체계를 확장해 우주항공 및 원자력 분야의 소재 신뢰성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고분자 소재 시험 및 평가 분야 국제 학술지 '폴리머 테스팅(Polymer Testing)' 164호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