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公 통합, 효과 검증도 사전 협의도 없었다…국감서 '졸속 추진' 질타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두 기관과 사전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기관장도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며 찬반 입장을 유보했다. 통합에 따른 경제적 실익과 재무 부담에 대한 검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정감사에서 통합 추진 절차를 둘러싼 질타가 이어졌다.
19일 대구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지난 9월 3일 두 기관의 통합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당사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쳤는지 추궁했다.
홍의락 가스공사 사장은 사전 협의나 조정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들은 적 없다"고 답했다.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도 발표 당일인 9월 3일 아침 산업부 고위 관계자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두 기관의 통합에 따른 경제성·효율성 및 자원안보 강화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통합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현재 기관별 세부 이행방안과 관련한 별도의 용역자료가 없으며, 향후 통합 방식과 기능 조정 범위를 구체화하면서 경제성과 자원안보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10월 19일자 참조>
이날 국감에서도 통합의 실익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빚만 잔뜩 안고 있는 이 두 공사를 통합해서 어떤 효과가 날 것이라는 구체적인 용역이나 데이터가 없다"고 비판했다.
두 기관장은 통합에 대한 찬반 입장도 유보했다. 홍 사장은 "두 기관이 합했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합한 뒤 그 기관이 앞으로 국민경제에 끼칠 영향과 비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로부터 시너지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시너지와 비전에 대한 얘기는 아직 나온 게 없다"며 정부와의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정부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통합을 얘기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로드맵에서 저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성원 산중위원장이 두 기관장에게 현 단계에서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뜻인지 묻자 두 사람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재무구조와 주주 보호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는 부채 21조9700억원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가스공사는 부채 42조8300억원에 부채비율 396.6%를 기록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부채 해결 방안 없이 조직만 합치는 방식으로는 통합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스공사는 증시에 상장된 공기업인 만큼 기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관련 법률 정비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와 아직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통합 방식과 기능 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을 포함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통합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