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표고버섯 먹었을 뿐인데"…온몸에 '채찍 자국' 생긴 38세 여성, 무슨 일?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표고버섯 볶음 먹고 이틀 뒤…온몸에 '채찍 맞은 듯' 기괴한 붉은 줄
범인은 표고버섯 속 '렌티난' 성분…면역 반응 일으켜 편모양 피부염 유발
충분히 익히는 것이 최선의 예방…2주간의 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 치료로 완치

표고버섯을 섭취한 뒤 영국의 38세 여성에게 나타난 편모양 피부염. 허벅지와 등 등에 채찍 자국처럼 붉고 긴 발진이 형성됐다. 사진=Karponis·Venables, Oxford Medical Case Reports(2026), CC BY 4.0
표고버섯을 섭취한 뒤 영국의 38세 여성에게 나타난 편모양 피부염. 허벅지와 등 등에 채찍 자국처럼 붉고 긴 발진이 형성됐다. 사진=Karponis·Venables, Oxford Medical Case Reports(2026), CC BY 4.0

[파이낸셜뉴스] 평범한 저녁 식탁에 오른 표고버섯 볶음. 한국에서도 흔히 먹는 이 친숙한 식재료가 한 여성의 온몸을 끔찍한 '채찍 자국'으로 뒤덮게 만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학전문매체 메디컬데일리는 영국의 한 38세 여성이 볶은 표고버섯을 먹은 뒤 겪은 기이한 피부질환 사례를 조명했다. 이 증례는 의학 학술지 '옥스퍼드 메디컬 케이스 리포트'에 상세히 보고됐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여성은 표고버섯 볶음을 먹은 지 이틀 뒤부터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을 느꼈다. 5일이 지나자 피부를 긁은 자리를 따라 부풀어 오르는 '피부묘기증'이 나타났고, 이틀 뒤에는 허벅지부터 두피까지 붉은 선 모양의 발진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마치 누군가에게 채찍으로 온몸을 심하게 맞은 듯한 기괴한 흔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손이 잘 닿지 않는 등 위쪽 한가운데만 발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가려움을 못 이겨 긁는 과정에서 줄무늬 발진이 더욱 선명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의료진이 내린 최종 진단명은 '표고버섯 유발 편모양 피부염(Shiitake flagellate dermatitis)'이었다.

범인은 표고버섯에 다량 함유된 다당류 성분 '렌티난(lentinan)'이었다. 면역 반응에 영향을 주는 이 성분이 체내에서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유발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렌티난은 열에 약해 130~145도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하면 불활성화된다. 따라서 이 피부염은 주로 '생표고버섯'이나 '덜 익힌 표고버섯'을 먹었을 때 발생한다.

물론 여성이 먹은 것은 생버섯이 아닌 '볶은 버섯'이었다. 하지만 당시 조리 온도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충분히 익힌 표고버섯을 먹고도 발병한 드문 사례도 존재하긴 한다.)

진단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여성은 10년 전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표적항암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다. 의료진은 특정 항암제 부작용이나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혈액 검사 등을 진행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결국 발진 직전 표고버섯을 먹었다는 역학적 사실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다행히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은 여성은 2주 만에 채찍 자국과 가려움증을 완전히 떨쳐냈다.

전문의들은 표고버섯 유발 피부염은 섭취 후 1~3일 내에 나타나 수주 안에 호전되지만, 약물 부작용 등과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하나다. 표고버섯은 살짝 데치거나 생으로 먹는 것을 피하고, 펄펄 끓이거나 고온에 바싹 볶아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몸에 좋은 웰빙 식품도 잘못 조리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온몸에 채찍 자국을 남긴 표고버섯의 반란이 우리에게 남긴 중요한 교훈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표고버섯 #피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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