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엔 여섯살 딸의 눈물… 국감장에선 '소방 빨대' 정쟁
故 김진석 소방위 경기도청장 엄수
유가족·동료 등 2730여명 배웅
추미애, 영결식 후 국감 출석
여야 고성 오가며 정회 '파행'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부천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되며 '소방 영웅'이 여섯살 딸 등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깊은 슬픔 속에 영면에 들었다. 그러나 같은 날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소방관들의 눈물을 닦아줄 실질적 해법 대신 정치적 비난과 헐뜯기만 난무한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다.
이날 경기도를 대상으로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과 재정위기 선언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여야 의원들은 소방 조직이 처한 구조적 고충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서로의 발언 자체만을 문제 삼으며 격렬한 고성을 주고받았다.
특히 오후 2차 질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속개 불과 5분 만에 감사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부천 영결식 현장에 참석해 조의를 표했던 추 경지사는 국감 시작과 함께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소방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안전과 처우를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기리고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해야 할 국감장은 이내 자극적인 발언들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소방관에게 지울 수 없는 모욕적 망언을 하고 순직이 발생한 후에야 사과한 것은 등 떠밀린 사과이자 속칭 '개사과' 같은 2차 가해"라며 "아침마다 유서를 쓰고 출근하는 소방관들에게 진솔한 심정을 밝히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의 내역을 짚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경기도 추경을 보니 노후 소방 차량 보강 예산이 26억5000만원이나 삭감됐고, 순직 소방관의 넋을 기리는 경기 소방 119 메모리얼 데이 행사비 1억원은 전액 삭감됐다"며 "이것이 희생한 영웅을 기리는 방식이냐"고 강력히 유감을 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되었음에도 인건비와 운영비의 90% 이상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재정 한계를 지적하며 추 지사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국토위 소관도 아닌 소방관 문제를 정쟁으로 삼지 말아 달라"며 "소방관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방 재정을 확보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인 만큼 정쟁의 소재로 소환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정책적 대안 모색 없이 상대 당의 꼬투리 잡기만 이어지던 국감은 오후 3시 25분 속개된 2차 질의에서 결국 멈춰 섰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의 "소방 예산 인건비의 90%가 국가직임에도 지방재정이 부담하니까 예산을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두고 김은혜 의원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자, 부 의원이 "발언의 앞뒤 문맥을 왜곡한 정쟁 활용 작태"라고 반발하면서 고성이 폭발했고 2차 질의는 단 5분 만에 정회됐다.
여야 의원들은 현장 소방관들의 안전을 보장할 대책은 단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상대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가운데 복기왕 감사위원장은 "오늘 보내드린 김진석 소방위께서 공동체를 지키고자 했던 뜻이 어긋나지 않도록 성찰하는 국감이 되길 바란다"고 자제를 당부하는가 하면 "소 잃고라도 외양간 고쳐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튼튼하게 하고, 우리 지역을 안전하게 하는 데 소방예산을 더 배정해야 달라"고 질의하는 등 대책 마련을 이야기했다.
[email protected] 장충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