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청와대 비서실장의 절박함
"국민의 하루하루가 절박한 만큼 청와대의 하루도 절박해야 할 것이다."
임광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인선 발표 직후 내놓은 첫 다짐이다. 화려한 포부도, 거창한 구호도 없었다. 그 대신 청와대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분명히 했다. 국민의 절박함을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임 실장의 발탁은 예상 밖이었다.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후임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현직 국세청장을 선택했다. 인선의 파격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청와대가 보여줄 변화다.
취임 첫날 내놓은 지시도 눈길을 끌었다. 임 실장은 직급에 관계없이 국가와 민생을 위한 쓴소리를 전할 수 있도록 비서실장실에 익명 제안 창구를 설치하라고 했다. 듣기 좋은 보고보다 현장의 불편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모인 의견이 실제 국정 운영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지난 17일에는 이 대통령과 함께 부천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고인의 딸이 7세라는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했다. 유가족이 어린 딸의 앞날을 살펴달라고 부탁하자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조문 이후에는 부상 소방대원에 대한 지원과 소방 현장의 안전 강화를 지시했다. 남겨진 가족에 대한 지원은 물론 소방관들의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챙기는 일도 새 비서실의 몫이다.
국정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과제는 더욱 무겁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16일 출범 500일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경제지표 개선과 국민소득 4만달러 돌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이 기대하는 민생 회복의 속도는 더디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와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경제지표 개선에도 국민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는 현실 인식이다. 관건은 경제회복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가는 일이다.
새 비서실장에게는 국정 현안을 조율하고 정책의 성과를 끌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의 국정 구상을 뒷받침하되 현장의 상황이 정부의 기대와 다를 때는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를 부각하는 것만큼 부족한 부분을 냉정하게 짚는 일도 중요하다. 취임 첫날 강조한 '쓴소리'의 의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임 실장이 강조한 '절박함'은 이제 실천으로 증명돼야 한다. 청와대가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국민의 하루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email protected] 최종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