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방출 시점 온도 조절"… 이화여대 등 공동연구팀, 신개념 '분자 밸브' 개발
기체 가두고 내보내는 온도 정밀 제어 소재 구현
반도체·핵융합 고비용 공정 개선 기대
[파이낸셜뉴스] 온도 변화에 따라 입구를 스스로 여닫으며 가스가 나오는 시점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
이화여자대학교는 화학·나노과학전공 문회리 교수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오현철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지한 교수팀과 공동으로 온도에 따라 작동하는 '분자 밸브' 소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권위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게재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가스 저장 소재들은 지금까지 가스를 얼마나 많이 담을 수 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때문에 한 번 가둔 가스가 언제 나오는지, 그 방출 온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은 구멍 입구에 온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분자 사슬을 붙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사슬은 추운 온도에서는 입구를 막아 가스를 가두고, 온도가 올라가면 문을 열듯 입구를 열어 가스를 한꺼번에 내보낸다. 가스를 가둔 온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스가 나오는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원리를 밝쳐낸 것이다.
이번 성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원자력, 핵융합, 의약품 제작에 필수적인 '중수소'를 골라내는 공정의 비용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영하 249도(24켈빈)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를 만들어야 해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이번 소재를 쓰면 영하 173도(100켈빈) 수준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가스를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문회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공성 물질에서 '무엇을 얼마나 담느냐'를 넘어 '언제 내보내느냐'까지 온도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인 것으로, 수소 동위원소 분리를 비롯한 다양한 기체 응용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