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손실 커지자 고개 드는 연금개혁.."프랑스 사태 남일 아냐"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평가액이 급락하면서 코스피 호황 국면에 잠들었던 연금개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금 구조개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논의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해 3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 이후 개문발차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코스피 급등 국면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논의 필요성이 감소된 결과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평가액이 약 100일만에 182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다시 분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도 43%로 높이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직후 구조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연금개혁특위를 띄웠지만 공전 상태를 거듭했다. 지난해 전체회의는 4차례 열리는데 그쳤고, 올해도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4차례 회의를 열었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사그라들게 된 배경에는 '9000피'까지 치솟았던 증시 호황에 있다. 반도체 호황과 코스피 상승에 힘입어 높은 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면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은 1~6월 27.22%로 401조4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냈다. 이에 따라 기금고갈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구조개혁의 시급성도 줄어들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평가액이 182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1~7월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로 양호한 편이지만 '장밋빛' 전망에만 매달려 적절한 개혁 추진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 프랑스에서 폭력까지 동원된 생활비 상승 반대 시위를 언급하며 "남의 일이 아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이유에 연금 재정 악화 등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표를 의식해 연금과 현금성 복지에 천문학적인 빚을 쏟아붓는 사이, 투표권 없는 미성년자들의 교실에는 쥐가 들끓었다"며 "돈을 나눠주는 정치가 아니라, 미래를 남겨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국회 차원의 기초연금 개혁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연금특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서영석 민주당 의원)", "70%를 모두 빈곤층으로 정의하고 돈을 주는 것이 맞냐(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개편안도 법안 개정이 필요한 만큼 특위 차원에서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퇴직연금 등과의 다층적 소득 보장 체계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수개혁 당시 추후 논의하기로 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도 확정 짓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여야가 연금개혁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해 전문가들을 필두로 각종 개혁 방안들을 살펴본 만큼 본격적 논의를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위 위원장인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반드시 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이해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