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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위원들은 티격태격, 배우들은 찰떡 호흡…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이 영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10월 28일 개봉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사진=뉴스1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사진=뉴스1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사진=뉴스1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수능은 우리 국민의 관심사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소재를 택하든 그 단면을 잘라보면 다양한 모습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이용재 감독)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9일)을 22일 앞둔 오는 28일, 수능시험을 만드는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이 개봉한다. 이용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을 '수능 문제는 누가, 어떻게 내는가'를 코미디로 풀어냈다.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라…40일간의 출제본부 소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3년전 치러진 2024학년 수능에서 수능 출제·검토위원 500여명, 진행·급식·보안 등 행정 업무를 맡는 230여명 등 총 730여명이 수능 당일 5교시까지 38일간 합숙 생활을 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반납했고 외출도 제한됐으며, 인터넷 역시 출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영화는 언론 보도로 접했지만 정작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수능 출제 현장의 문을 연다. 낯선 세계를 엿보는 재미에, 45문항을 완성하기까지 출제위원들이 벌이는 힘겨루기와 신경전이 더해진다. 예상보다 숱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는 출제 과정도 흥미롭다. 결국 모든 게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안에도 '사회생활'이 있다는 사실도.

지방 소도시의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은 행정 착오로 수능 출제본부에 합류한다. 벅찬 마음으로 입소한 맹보람은 뒤늦게 자신이 잘못 불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외부와 격리된 뒤다. 저마다 자부심과 이해관계를 지닌 명문대 출신 출제위원들 사이에서 그는 꿋꿋하게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드는 일에 뛰어든다.

이선빈이 청년 교사 맹보람을, 유재명이 출제본부를 쥐락펴락하는 위원장 문주열을 맡았다. 김영민은 문주열의 라이벌인 검토위원장 박경태, 전석호는 평가원 직원 기준수로 출연한다.

다만 입시를 앞둔 학부모라면 웃음 끝에 복잡한 감정이 남을 수 있다. 아이들이 치를 시험을 만드는 선생님들이 권위를 내세우고, 서로 다투고, 때로는 편법을 찾는 모습이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서다.

유재명도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있었다. 그는 19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거절할까 생각했다"며 자신이 연기할 어른의 정의롭지 못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도 이미지가 있는 사람인데"라는 농담도 보탰다. 그러나 출제본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결국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역할을 맡았다.

유재명은 "인간 군상들이 서로 싸우고, 타협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 편법을 쓰고 또 그 와중에도 진정성을 가진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애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 하고 싶었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각본을 쓴 이용재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 역시 어른의 모습이다. 그는 교육 문제 자체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기보다, 학교와 출제본부라는 공간에서 스승과 제자, 어른과 청소년의 관계가 잘 드러난다고 봤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좋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제한된 공간은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를 도드라지게 한다. 다양한 개성의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와 자연스러운 호흡이 영화의 재미를 이끈다. 다만 장소나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아 비슷한 신경전이 반복된다는 느낌도 든다. 이 감독은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데 대해 "신인 감독으로서 시간과 예산을 절약하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실제 출제위원을 두 차례 지낸 전직 교수의 책 '수능시험은 누가 어떻게 출제하는가'를 참고했다. 또 출제위원들의 방송 출연과 지인 취재를 활용했다면서도 "40일간의 이야기를 99분에 넣다 보니 많은 생략과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30~40명에 이르는 국어 출제위원을 극중 10명으로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현실을 치밀하게 재현하기보다 출제본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안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뒀다. 공정하고 좋은 문제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출제위원들의 진심도 함께 담고자 했다.

코미디를 택한 데는 관객이 우리 사회 문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이 감독은 영화의 맛을 "밀크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즐겁게 부담 없이 웃으면서 보고, 극장을 나와서는 조금 쌉싸래한 맛까지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중 1문제당 몇천만원이 든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금액도 놀랍지만 수능을 보기 위해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도 곱씹게 된다. 킬러문항과 변별력, 공정성에 관한 화두를 넘어 수능이 과연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적합한 제도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예산이 투입되는 데 말이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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