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갱신권에 막힌 전세시장… 서울 신규계약 5년래 최저
강남3구 1년새 감소율 35% 찍고
관악구 등 7곳은 1000건도 안돼
매물 줄고 임대료 올라 계약 연장
임대인도 실거주·매도 고민 깊어
전문가 "토허제 조정 필요" 지적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신규 계약이 5년 사이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거주 의무 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활용 등이 겹치면서 계약 건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모양새다. 전통적으로 전세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1년 동안 계약 감소율이 35%를 넘는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신규 계약은 3만9881건으로 2022년 이후 최저치다. 2022년 같은 기간 4만8133건이던 전세 신규 계약 건수는 2023년 7만6463건, 2024년 7만3192건으로 7만건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6만1493건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약 10개월 동안 전세 계약이 1000건도 넘지 못한 곳은 관악구, 강북구, 광진구 등 7곳이다. 관악구만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전세 계약은 1666건으로 올해(988건)보다 68.6% 많았다.
그나마 노원구와 강남구 정도가 각각 3355건, 3230건으로 3000건을 넘겼다. 이마저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00건 이상씩 줄어든 수치다.
서울 전세 신규 계약이 급감한 배경에는 전세 매물 감소, 임차인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활용, 임대인들의 실거주 확대 등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세 매물 감소와 이에 따른 임대료 상승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임대료가 올랐고, 이 점이 계약갱신청구권 활용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딱 한 가지 이유라기보다 상당히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680건으로 지난해 말 2만3263건 대비 11.1%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점도 신규 전세 계약 감소에 불을 붙였다. 강남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임대인들은 임차 계약이 끝나면 집에 들어갈지, 아니면 집을 팔지 고민한다"며 "다시 임차를 주면 계약갱신청구권까지 고려해서 4년 이상 집을 굴려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시행한 정부 토지거래허가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이제는 토허제를 조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전월세에 대한 선택은 시장 수요자들에 의해서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제도에 의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거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정책)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