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4번째 유예론 확산…정부도 내년 시행에 '부담'
(서울·세종=뉴스1) 임용우 한재준 기자 =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당장 내년 시행은 어렵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예정대로 과세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정부도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신고 인프라를 보완하고,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여당에서는 시행 시점을 사실상 2029년으로 늦추는 법안이 발의됐다. 청년층에 민감한 사안인 데다 첫 신고·납부 시점이 2028년 4월 총선 직후인 5월이라는 점도 정치적 부담으로 거론된다.
내년 1월 시행에도 과세 기준 난제…재경부, 현장 의견 수렴
2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하거나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해 얻은 소득이 과세 대상이다.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뺀 연간 소득 중 250만 원을 넘는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며 내년에 발생한 소득은 2028년 5월 신고·납부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7월 과세 도입 방침을 발표하고 같은 해 말 2022년 1월 시행을 법제화했다. 이후 시행일이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3차례 늦춰졌다.
정부는 올해 들어 내년 시행을 전제로 준비를 이어왔다. 재경부는 지난 5월 국회 토론회에서 예정대로 과세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도 추가 유예 방안을 담지 않았다.
국세청은 7월 디지털자산총괄과에 3개 팀을 구성해 기존 소득세과의 관련 업무를 이관했다. 과세 관련 고시는 오는 11월쯤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에서 얻은 소득도 과세 대상이지만 국내 거래소처럼 거래자료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가상자산 투자라도 자료를 파악하기 쉬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테이킹·에어드롭 등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과세자료 제출 시스템을 구축·검증할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손실 이월공제, 신고 편의 개선 등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경부는 이 같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날 권대영 1차관 주재로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다.
권 차관은 "가상자산 과세제도 역시 과세의 원칙과 함께 시장 변화와 거래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 거래유형별 과세기준과 신고 편의 등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형평성 고심…여당 입법 뒤 정부 수용 전망
정치권에서도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과 청년 투자자의 세 부담 등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처음 교환되는 해의 2년 뒤부터 과세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첫 정보 교환이 내년 이뤄지는 만큼 법안대로라면 과세는 사실상 2029년부터 시작된다.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도 쟁점이다. 소액주주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지만, 가상자산은 연간 250만 원을 넘는 소득에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여당에서 과세 유예에 힘을 싣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내년 법 시행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부분들이 있으니 고민해서 하려고 한다"며 "환경을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는 국정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 내부에서도 유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층에 민감한 문제"라고 전했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로 같은 해 4월 총선 직후지만 과세 대상 소득은 내년부터 발생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투자자의 세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내년 과세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추가 유예를 추진하는 데 따른 부담을 고려해 여당이 법 개정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시행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계획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