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자수해도 감경은 법원 재량"... 동거 지인 살해 징역 15년 확정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술 취해 소리치던 50대 제지하다 시비... 회칼로 복부 찔러 숨지게 해
고의·심신미약·자수감경·체포 적법성 쟁점... 대법 "하급심 판단 잘못 없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함께 살던 지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A씨가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범행 직후 119에 신고했다며 형을 줄여달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자수가 인정되더라도 감경할지는 법원이 정할 몫이라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B씨(59)와 넉 달 전부터 함께 살던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0시 23분께 전북 군산시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소리 지르는 B씨를 제지하다 시비가 붙었다. A씨가 길이 1m 옷걸이 봉으로 때리려 하자 B씨가 이를 빼앗아 A씨의 가슴을 한 차례 때렸고, 격분한 A씨는 주방의 총 길이 32cm 회칼로 B씨의 왼쪽 복부를 한 차례 깊게 찔렀다. B씨는 같은 날 오전 1시 26분께 출혈 등으로 숨졌다. A씨는 범행 2분 뒤 0시 25분께 119에 신고해 경위를 설명했고, 0시 49분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네 갈래였다.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119 신고를 자수로 보아 형을 감경해야 하는지, 현행범 체포와 공소제기에 위법이 있었는지다. 심신미약은 정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1·2심이 모두 고의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만큼,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리가 상고심에서도 유지될지가 관건이었다.

1심인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범행 도구와 행위 태양, 상처의 유형과 깊이에 비춰 고의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우발적 범행과 119 신고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지만, 수사기관에서 살해 고의를 부인한 만큼 자수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인 광주고법도 지난 6월 항소를 기각했다. 119 신고 당시의 진술 태도와 범행 당일 경찰 조사에서의 구체적 진술, 범행 약 20분 전 폐쇄회로(CC)TV에 찍힌 걸음걸이 등에 비춰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 심신미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자수 주장에는 "자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음에 불과하여 원심이 자수감경을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형법은 자수한 사람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만 정해, 감경 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려 있다. 대법원은 2004년 6월에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A씨가 함께 내세운 죄형균형·책임주의 위반 주장도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고 정리한 뒤, 여러 양형조건에 비춰 징역 15년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현행범 체포 위법성과 공소권 남용 주장은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를 항소이유로 삼지 않았고 원심도 직권으로 심판대상에 올리지 않은 만큼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다투지 않은 사항은 상고심에서 처음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수사 절차에서 방어권을 침해한 잘못도 없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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