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라,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20일 별세...향년 64세
[파이낸셜뉴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인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64세.
21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부산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하고, 같은 대학 음악대학원에서 음악이론을 전공했다. 이후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닫힌 교문을 열며'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 '아담이 눈을 뜰 때'와 '정글스토리'의 시나리오, TV 드라마 '제3극장'의 극본도 썼다.
후배의 부탁으로 가수 김현식에 관한 평론을 쓴 것을 계기로 대중음악평론가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전성기였던 1990년대 아름답고 인상적인 평론으로 한국 대중음악 평론에서 지울 수 없는 업적을 남겼다. 동료들과 문화계간지 '예감', '상상', '리뷰'를 만들었으며, 홍익대·성공회대·단국대·성균관대 등에서 20년간 대중음악사를 가르쳤다.
42세 때 대동맥이 찢어져 23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회복한 뒤 명리학을 공부했다. 2015년에는 '명리: 운명을 읽다'를 펴내며 책과 강연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제5대 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에 임명됐다.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2일 오후 1시다.
부고가 전해지자 온라인에는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지인과 제자, 팬들의 추모 글이 이어졌다.
고인과 40년 인연을 이어온 한 선배는 "오래전부터 건강이 안 좋아 늘 걱정했는데 이렇게 별세 소식을 듣게 됐다"며 "헌이야, 잘 가라.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평안하기 바란다. 반가운 얼굴들 만나 회포도 풀고"라고 안식을 빌었다.
또 다른 지인은 고인의 말솜씨와 글을 떠올렸다. 그는 "진짜 말 잘하는 달변가였고, 글도 잘 썼는데 문장이 참 유려했다"며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10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명리학자로, 행정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보다 한 살 어린 그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니 너무 아깝고 황망하다"고 적었다.
고인에게 심리학을 접목한 명리학 수업을 들었다는 한 제자는 "한동안 몸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며 "선생님 제자로 공부하며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인문학적 명리학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그는 마지막 수업 자료에 적혀 있던 "인간의 삶이란 실체적으로 여겨지는 감각, 즉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이 빚어내는 순간의 환각일지도 모른다"는 문장을 떠올리며 슬픔과 황망함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없다면 "'옆집에 가서 빌려서라도' 내 삶의 운이 긍정으로 흐르도록 애쓸 것"이라며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팬은 "선생님의 부고를 읽다가 제 청춘의 한 자락을 다시 만났다"며 "그 안에는 아직도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영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끝내 꺼뜨릴 수 없었던 빛이 있다"고 썼다. 고인의 명리학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응원해 왔다는 그는 "너무 빨리 돌아가셨어요"라며 "그런 빛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