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취임 15개월 만에 사의 표명…'친일파 글씨 셀프 출품' 논란 책임
국감서 두 차례 사과한 지 이틀 만
5만원에 산 유묵 직접 추천해 전시
소장자 미공개·검증 부실 책임 인정
[파이낸셜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이 소장한 친일파 글씨를 애국지사 유묵으로 잘못 전시한 일에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지 15개월, 국정감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이틀 만이다.
유 관장은 이날 박물관이 배포한 입장문에서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신뢰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자신의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인정하고, 국민과 애국지사 유족, 박물관 직원들에게 사죄했다. 연구직들이 오랜 시간 준비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대해서는 "특별전의 의의가 이 일로 인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이었다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박물관에 대한 변함없는 성원을 당부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지난 7월 1일 개막한 이 특별전에 출품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다. 유묵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글씨를 뜻하며, 작품에 적힌 문구는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의미다. 박물관은 당초 필자를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작품에 적힌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지난 8월 10일 작품을 철수하고 이틀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전문가 검증을 거쳐 지난달 7일 박중양의 글씨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검증 실패에 이어 작품의 소장자와 전시 추천자가 유 관장 자신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졌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이 유묵을 5만원에 구입했고, 전시 개막 두 달여 전에 출품을 추천했다. 박물관은 작품 철수와 사과, 검증 결과 발표 과정에서 소장자가 현직 관장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검증 부실과 소장자 미공개 문제를 추궁했다. 야당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 국립박물관에 전시되면 작품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해충돌 가능성과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사퇴를 요구했다.
유 관장은 두 차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미술사학자로서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주저한 점을 자신의 큰 실책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해당 작품은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며 사적 이익을 위한 출품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유 관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널리 알려진 미술사학자다. 영남대박물관장과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4~2008년 문화재청장을 지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