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끝나도 퇴근 못 해"…드라마·엔터 스태프 '주 84.8시간' 강행군
故 이한빛 PD 10주기 토론회서 노동실태 조사 공개
"촬영 전후 업무까지 노동시간 인정해야"
"장시간 노동 헌신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정부 측, 근로감독 보완·서면계약 확산 강조
[파이낸셜뉴스] 드라마·엔터 분야 스태프들이 주당 평균 84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촬영 전후 준비·정리 업무까지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 등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드라마 스태프의 숨겨진 노동시간, 가려진 권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고(故) 이한빛 PD 10주기를 맞아 방송 제작 현장의 노동 실태와 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송하민 센터 차장이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7~8월 설문에 참여한 드라마·엔터 분야 의상·분장·미술·소품 종사자 223명 중 팀원급 스태프 191명의 촬영기간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84.8시간으로 추정됐다. 응답자의 주당 근무일수와 하루 근무시간을 토대로 산출한 값이다.
송 차장은 "촬영 시작 1~2시간 전부터 일하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추가로 노동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촬영장 안팎의 준비·이동·정리 업무까지 기록하고 이를 임금과 제작 일정, 인력 확보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조사에서 스태프 136명(71.2%)은 업무 중 부상이나 질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산재보험으로 치료비를 처리했다는 응답은 11명(8.1%)에 불과했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이 발표한 드라마 연출·제작부 14명의 약 두 달간 출퇴근 기록 분석에서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시간 18분에 달했다. 특정 참여자가 한 주에 90시간 38분 일한 사례도 있었다.
김 센터장은 "종사자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자기 착취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을 헌신이나 필요악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산업의 어려움을 과거 장시간 노동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극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도 "주 52시간이 상한이 아니라 기준처럼 돼버렸다"며 "촬영을 주 40시간 안으로 운영해 준비·정리 업무까지 포함해도 주 52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PD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콘텐츠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질 좋은 콘텐츠가 생산된다"며 관계 부처가 책임을 서로 미루지 않고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 측 참석자들은 근로감독 보완과 서면 계약 확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찬웅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서기관은 "새로운 근로·고용 형태와 파편화된 근로시간을 충분히 반영해 근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프리랜서 형태의 위장 계약이 많은 분야에서 노동법 사각지대를 어떻게 감독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권 문화체육관광부 영상방송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여러 유형의 표준계약서를 근로계약서 하나로 통일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장에서는 근로계약 외에도 다양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근로계약서만 표준으로 제시하면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계약이 공정한지 비교할 기준조차 제공하기 어렵다"며 "구두 계약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우선 서면 계약을 맺는 관행부터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