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결제주기 단축' 2028년으로 밀린다…로드맵 발표부터 차질
20일 워킹그룹 회의 결론 못내려...차기회의 일정도 못잡아
기관 마다 준비기간 이견...외국계 금융기관 반발도 부담
홍콩도 1년 미뤄..."우리가 먼저 시행할 필요없어" 분위기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결제주기 단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 준비기간 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가운데, 최근 홍콩이 시행 계획을 1년 연기하면서 외국계 금융기관의 유예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예정이었던 로드맵 발표도 연기 수순을 밟게 됐다. 당국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먼저 시행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시행 시점을 본래 계획인 2027년 말에서 2028년 말로 연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결제주기 단축 워킹그룹 회의에서 로드맵 관련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다음 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은 지난해 연말부터 결제주기 단축 논의를 진행해 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6월 주식 결제주기를 현재의 'T+2(이틀 뒤)'에서 'T+1(하루 뒤)'로 단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10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같은 달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식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주식을 판 돈을 돌려받는 데 이틀이나 걸리는 것은 납득이 안 될 수 있다"며 결제주기 단축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인 이달 발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워킹그룹은 수 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거쳤으나 세부 일정 조율 설정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업계 준비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증권사, 기관, 펀드 등 결제주기 단축에 영향을 받는 금융기관만 600여곳으로 추산되는데, 각 기관의 역량과 여건이 달라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반 이상이 소요돼 일정을 일률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외국계 금융기관의 반발이 거셌다. 외국계 금융기관은 환전, 시차, 규제 등으로 국내 투자자보다 결제 절차가 복잡해 단축에 따른 부담이 크다며 추진 초기부터 준비기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홍콩거래소(HKEX)가 결제주기 단축 시행을 유예한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 홍콩거래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결제주기 단축을 기존 2027년 4·4분기에서 오는 2028년 9월로 1년가량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 당국 역시 홍콩에 맞춰 2027년 4·4분기 시행을 중심으로 로드맵을 구성 중이었으나, 홍콩이 계획을 바꾸면서 차질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당국을 비롯한 워킹그룹은 홍콩과 맞춰 2028년 말을 시행 시점으로 보고 있다. 반발이 거센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홍콩과 시행 시점을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자본시장은 지역별로 권역이 나뉘는데, 아시아 국가 간 시행 시점에 큰 차이가 나게 되면 시스템 개발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등과 함께 결제주기를 단축했고, 유럽 역시 약 30개국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지역 주요 금융기관들이 주로 홍콩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금융당국에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역시 홍콩에 위치하고 있다.
당국도 홍콩보다 먼저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국가의 시행착오를 확인한 뒤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추가적인 회의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국에서도 굉장히 고민한 뒤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임상혁 기자




